앨범 이미지
2 The Hard Way
조피디(조PD)
버벌진트(Verbal Jint)
2010

by 홍혁의

2010.05.01

조피디(조pd)와 버벌 진트(Verbal Jint)의 만남은 단순한 콜라보레이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국 힙합의 주요 디스 사례를 뽑을 때, 쉬지 않고 등장하는 양자 간의 대립이 10년 전에 일어났었기 때문이다.

10년이라는 시간은 두 아티스트의 입지를 바꿔놓았다. 당시 조피디는 베일에 가려져 있던 얼굴을 공개적으로 노출하며 휴대폰 CF 모델에 발탁될 정도로 상승세를 구가하고 있었고, 버벌 진트는 PC 통신의 흑인음악 커뮤니티를 통해서 이제 막 존재감을 알린 신출내기였다. 다윗과 골리앗의 맞짱은 어느덧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역전의 용사가 해후를 했으니 뉴스가 될 만도 하다.

예상은 되었지만, 데탕트 자체의 파급력이 다소 부족하다는 판단이었는지, 네 개의 트랙이 수록된 미니 앨범은 시종 터프한 어조의 까칠한 독설로 일관하고 있다. 만담가가 동원할 수 있는 최대한의 웃음 코드를 고민하듯이, 두 재간꾼은 누가 더 기발한 펀치라인을 쏟아내는지 열을 올리며 경쟁하고 있는 듯하다. 여기에다 스스로를 '펀치라인 킹'이라고 자처한 스윙스(Swings)도 가세하니 조롱과 냉소로 범벅이 된 직유와 은유가 범람하는 형국이다.

편차는 있지만 전체적으로 강력한 자존심의 기류가 앨범을 투과하고 있는 셈이다. 근래 들어 하향평준화되고 있는 한국 힙합 신에 일침을 가하는 생존자들의 시각이 고스란히 가사에 배여 있다. 이들의 가사에 멍석을 깔아주는 비트들도 과도하게 현지화 이식 작업에 매달리며 천편일률적인 과오를 저지르지는 않는다. 인도풍의 이색적인 사운드 'Map music'도 심심한 구석을 상쇄시켜주며, 'Man up'에서는 오랜만에 박미경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기도 하다.

투합의 의도와 구색은 갖추어져 있지만, 전체적인 작품의 관점으로 앨범을 생각한다면 남는 바가 없는 것이 단점이다. 단순히 드라마틱한 재결합에 의미를 두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지고, 두 래퍼간의 화학작용에서 유발할 수 있는 잠재력도 신선하게 다가오지 않는다. 단발적인 충동에 의해 제작되어 급조된 냄새가 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수록곡-
1. Map music (Feat. ZICO of 블록버스터) [추천]
2. Superhero (Feat. 샛별)
3. Man up (Feat. 박미경)
4. 종의 기원 (Feat. Swings, 블록버스터)
5. Map music (Inst.)
6. Superhero (Inst.)
7. Man up (Inst.)
8. 종의 기원 (Inst.)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