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의 아니게 유명해져 버린 삼인의 래퍼가 결백을 주장한다. 나는 변한 것이 없다고. 여전히 독기를 입 안에 가득 품고 있다고. 부업이 본업처럼 느껴진다던가, 말랑말랑한 러브송을 노골적으로 들이민다던가, 음악보다는 거친 캐릭터로 더 관심을 모은다던가. 약간 실망스러울 수도 있는 작금의 상황은 어쩌다보니 흘러흘러온 결과일 뿐, 결국 모든 것은 그대로임을 각자의 스타일이 고스란히 담긴 랩으로 증명해낸다.
특히나 산이의 선전은 반갑다. 오버클래스, 오버클래스. 마치 리즈 유나이티드 시절 앨런 스미스를 그리워하듯 외치는 저 다섯 글자가 정말 무지막지하게 지겨울 법도 하건만. 그래도 그 목소리를 낮출 수 없는 건 잊을 만 하면 그 시절을 환기시키는 래핑이 펼쳐지기 때문이다. 양쪽에서 울려 퍼지는 두 개의 스피커도 역시나 볼륨 빵빵하게 제 목소리를 내고 있는 중. 오히려 힘을 뺀듯한 모습에 ‘더 할 수 있을텐데’하는 아쉬움을 남긴다. 여성독점화 된 버벌진트가 다시 조금씩 남자들의 마음에 귀 기울여 주는 걸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