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o Music Communication IZM

무명(無明)

버벌진트(Verbal Jint)

2007

by 류석현

2008.02.01

버벌진트는 정의하기가 어려운 인물이다. 언더그라운드로 출발했지만 언더그라운드를 비판하면서 이름이 알려졌고, 015B의 '그녀에게 전화 오게 하는 방법'에 피쳐링해 프로 데뷔전을 치렀다고 생각할 즈음 이렇다 할 방송활동은 자제했다. 또 음악 작곡이나 랩 실력면에서는 자의반 타의반 최고로 인정받은 반면에 정작 노래에 담긴 메시지나 의식은 아마추어리즘과 닮아있다.

정규반의 제목 < 무명(無明) >역시 비슷한 시각의 연장선상에 있다. 가요계에 유행하는 주류음악은 아니지만 'Favorite'과 같이 듣기 쉬운 곡들이 포진해 있고, 'Overclass 7' 처럼 남부 힙합 사운드를 빌려온 곡도 있어 딱히 무명을 증명해줄만한 사안은 없다. 그런데도 재야인사로 남아 현 가요세대, 즉 힙합과 가요를 섞어듣는 현재의 '힙합키드'들에 대한 불만을 던지고 있다는 점은 여전히 '주변인'으로서의 모습을 간직하고픈 그의 생각이 담겨있다.

'투 올더힙합키즈 투'는 언더그라운드의 모순을 비판한 '투 올더힙합키즈'의 후속격이다. 힙합은 어느정도 '실력'을 갖춰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을 청자와 래퍼들에게 종용한다. 모 힙합 사이트에 이 곡의 아카펠라 버전의 음원을 올려서 리믹스(Remix) 경연대회도 열었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을 갖는 매니아들의 실력을 가늠해보려는 욕심이다.

귀가 닳도록 들리는 실력에 대한 비판에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하지만 보편적인 반작용을 알고도 되풀이하는 그의 의도를 한 번 더 생각할 필요는 있다. 'Trouble'에서 들리는 신디사이저, '90년대에게'에서 보이는 박자와 추임새, 10여년전 활동했던 인디밴드의 곡을 추상화된 형태로 카피한 '무비스타'는 과거와 현재를 잇는 기억들이다. 낡은 것들은 버리고 힙합을 한때의 패션도구로 삼고 말아버리는 '힙합키드'들에 대한 진심어린 한탄이다.

소신은 옳되, 문제는 여전히 정리되지 않는 전달방식이다. 유명(有名)보다는 말 그대로 무명(無名)에 가까운 버벌진트의 입장을 알만한 사람은 별로 없다. 하지만 활발한 음악적 행보에 비춰봤을 때 그는 유명의 가능성을 지닌 프로다. 때문에 그가 하는 말, 행동 하나하나에 사람들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자기만의 기준방식을 정하고 그것에 예외 되는 것은 필요 없다는 식의 편 가르기는 모종의 폭력으로 느껴질 수밖에 없다. 설득력 있는 저항의 메시지로 변모시키기 위한 노력이 못내 아쉽다. 무거운 책임이 남았다.

-수록곡-

1. Favorite (Gettheride Remix) feat. Dynamic Duo (Produced by Kjun)

2. 투올더힙합키즈 투 (Produced by Verbal Jint & 오래된 엘피)

3. 시간 feat. VON (Produced by Verbal Jint & Giant)

4. Trouble feat. B-soap & E-sens (Produced by Verbal Jint)

5. Overclass 7 feat. Nodo, PB, Ja, youngcook, Warman, Steady B, VON, Giant, B-soap & Kjun (Produced by Warmman)

6. 무비스타 (Produced by Verbal Jint)

7. 삼박자 (Produced by Nuoliunce)

8. Unused piece for Ten Ten Club (Produced by Verbal Jint)

9. 개꼬장 (Produced by Verbal Jint)

10. Cold as Ice feat. Swings & Warmman (Produced by Lobotomy)

11. 90년대에게 (Produced by Verbal Jint & 오래된 엘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