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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vorite
버벌진트(Verbal Jint)
2007

by 류석현

2007.05.01

힙합퍼들이 사명을 거는 것은 자신의 '스타일' 이다. 프로듀서로서 혹은 MC로서 자신의 스타일을 확립한 사람은 실력가로 통한다. 버벌진트도 그 중 하나다. 한국어 라임과 영어를 독특하게 엮어내면서 외국인처럼 랩을 한다. 가장 본토 힙합과 비슷한 목소리를 앞세워 그 동안 케이블 방송 성우, 각종 힘합퍼들의 앨범 섭외 영순위로 꼽히며 수많은 피쳐링을 해왔다. 뿐만 아니라 그가 다루는 키보드 시퀀스는 감각적인 낭만을 자아내어 프로듀서로서의 능력까지 입증한 팔방미인이다.

전작 에서 들려준 무거운 분위기의 랩핑은 6년이 지난 지금 한층 밝아졌다. 플루트와 키보드 색채가 인상적인 'Favorite'은 타이틀 곡이자 이번 앨범의 수작이다. 순간순간 터지는 키보드의 그루브가 달콤한 기분을 자극하고 가벼운 목소리는 랩과 노래를 넘나든다. 랩 부분에서는 멜로디라인을 조금씩 줄여내 다이나믹 듀오의 합창도 힘을 발휘한다.

가사가 논란(?)이 되었다고 하는 'Sex drive' 시리즈와 맞먹을 트랙으로 기대 받았던 'Make up sex'는 슬로우 잼 형식으로 풀어내 기존 '떡랩'과는 조금 대비된다. 앨범 자켓에서 플래쉬가 터진 방향과 카메라로 향한 여인의 시선, 흰색 이부자리는 곡을 위한 상상력의 도구로 보인다. 015B의 최근앨범에도 참여하며 우정을 과시했던 케이준의 보컬이 곡을 한 층 여유 있게 만들며 밀고 당기기의 배려를 잊지 않는다. 아이러니하게도 마초적인 랩과 구분된 듯 보이지만 철저히 남성적 시선을 고수한다.

에픽하이가 참여하고 사회적인 문제를 건드린 '내리막'도 감정선이 굵게 살아있는 듯 보이지만 통일성 측면에서 집중이 가지 않는다. 대신 마틸다 풍의 귀여운 보컬이 도드라진 '엉덩이가 닮았네', 더티 사우스 사운드 풍의 '다같이 춤을 춰'같은 클럽에서 어울릴만한 곡들이 더 자신감 있고 진실되게 들린다. 힙합에서 사랑을 노래하고 육체적인 묘사를 감각적으로 전달하는 점 만큼은 경쟁력 있는 차기 주자가 없다. 하지만 새로운 방향전환이 힘든 것이 문제다. 이제 정식 메이저 데뷔도 꿈꿀 차례지만 여전히 EP에 머물러 있다. 정확히 섹스는 삶 속 일부고 억지로 치장하고 싶지 않은 것이 고민일는지 모른다. 국내판 제임스 브라운의 고뇌다.

-수록곡-
1. 합꿍 (작사 : 김진태, 작곡 : 김진태)
2. Favorite feat. Dynamic Duo (김진태, 김진태)
3. Interude (김진태, 김진태)
4. 내리막 (김진태, 김진태)
5. Make up sex (김진태, 김진태)
6. 소인배 (김진태, 김진태)
7. 엉덩이가 닮았네 (김진태, 김진태)
8. Unused Piece for Cultwo Show (김진태, 김진태)
9. 다 같이 춤을 춰 with K jun (작사 : 김진태, K jun, 작곡 : K jun)
10. Favorite(instrumental)
11. Make up sex(instrumental)
12. 엉덩이가 닮았네(instrumental)
13. 내리막(instrumental)
류석현(soulryu@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