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큰롤에 심취했던 리버풀의 한 소년은 버디 홀리와 엘비스를 이상으로 여기며 로큰롤 스타를 꿈꿨다. 기타 코드 하나를 배우기 위해서 기타 잡이들을 쉼 없이 찾아다녔고, 동네친구들과 결성한 밴드를 이끌고 난폭한 주정뱅이가 넘쳐나는 함부르크의 지하클럽에서 밤낮으로 연주했다. 이 '피 끓는 생기'는 음악에 대한 순수한 열정으로 이어졌고, 이는 온연히 고귀한 자양분이 되었다. 그 소년의 나이가 올해로 70이다.
1962년 비틀즈 데뷔 이후 50년의 세월동안 '위대한 뮤지션'의 이름 아래에서 한순간의 흐트러짐이 없었다. 유수의 평단과 팬들 모두가 인정하는 대중음악 최고봉 비틀즈의 '중추'는 다름 아닌 폴 매카트니다. 그룹 해체 이후에도 다른 멤버를 압도하는 음악적 커리어를 이어왔으며, 슈퍼스타의 삶을 영위했다. 윙스의 커리어를 합해 9곡의 넘버원을 보유하고 있고, 'Lennon / McCartney' 콤비의 곡을 합치면, Top10에 든 노래는 50곡이 넘는다. 그의 이름은 역사이며, 존재만으로도 빛나는 '거대한 전설'이다.
2011년은 공사다망한 한해였다. 4년간 교제해온 낸시 슈벨(Nancy Shevell)과 존 레논의 생일(10월 9일)에 세 번째 결혼식을 올렸으며, 비틀즈의 곡 'Helter skelter'로 그래미 수상의 영예를 얻어냈다. 음악적으로는 기존의 색을 완벽히 벗어난 발레 음악 < Ocean's Kingdom >에서 클래식과 팝을 잇는 작업에 몰두했고, 빌리 조엘의 < Live At Shea Stadium > 공연에 깜짝 게스트로 출현해 'I saw her standing there'와 'Let it be'를 함께 연주하기도 했다. 2012년에는 본 작품인 < Kisses On The Bottom >에 이어 하반기에는 록 앨범을 발표한다고 하니 정력가형 뮤지션 폴 매카트니의 2012년 여전히 뜨거울 것임이 자명해 보인다.
새로운 작품에는 어린 시절 아버지와 함께 듣고 부르며 음악 세계를 형성하는데 영향을 주었던 곡들 위주의 재즈 스탠더스 커버곡들을 수록했다. 폴의 재즈 앨범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은 두 가지다. 비틀즈의 팬들이라면 두말할 나위 없이 두 팔 벌려 환영할법한 '왕의 귀환'이겠지만, 그 외의 다수 젊은 음악팬들에게는 단지 '노거장(老巨匠)의 신보'로만 여겨 질 것이다. 단순히 음악사(史)로만 봤을 때 이미 모든 것을 이룬 그다. 그렇다면 과연 이 앨범의 의미가 무엇인가.
70세 노인의 새로운 시도. 대가의 장르를 넘나드는 '거룩한 도전'은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 번 확인시키는 작업임과 동시에, 후대에게 전하는 선구자의 가르침이다. 언제나 혁명적이거나 선동적일 필요는 없다. 인간의 가슴속에 스며들어오는 순수한 감동을 전하는 것은 음악 본연의 역할이다. 또한 그 동안의 작업들을 들춰내며 비교하는 작업들은 무의미하다. 음반에서 들려지는 그대로, 부드럽고 느긋하게 흐르는 음악에 집중하면 그만이다. 나이는 물리적 숫자일 뿐 음악과는 무관하다.
1935년 초연된 패츠 웰러(Fats Waller)의 'I'm gonna sit right down and write myself a letter'는 작품 전체의 영감을 얻어온 곡이다. 아버지가 가장 사랑했던 곡을 첫 번째 위치시키며 어린 시절 아버지의 품속을 회상한다. 미국의 작곡가 프랭크 로에져(Frank Loesser)의 작품 'Bye bye blackbird'과 몰트 딕슨(Mort Dixon)과 레이 헨더슨(Ray Henderson)의 'It's only a paper moon'는 존 레논과의 음악적 교류가 처음 이루어질 때 함께 들었던 곡들이다. 80여 년 전의 예스러운 순박함과 신비스러움을 그대로 담아낸 담백한 편곡을 들려준다. 당시의 무드를 고스란히 잇기 위해 억지스럽거나 거추장스러운 장치들은 모두 걷어냈다.
커버곡과 함께 수록된 신곡들은 스탠다드 명곡들 사이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룬다. 귀에 가장 먼저 들리는 트랙은 에릭 클랩튼의 연주임을 확연히 느낄 수 있는 'My valentine'이다. 매카트니의 나지막하고 느슨한 육성과 클랩튼 특유의 블루지한 기타 톤의 주고받는 호흡은 앨범의 백미이며, 팬들의 라이브러리에 들어갈 발라드 명작이다. 스티비 원더와는 1982년 차트를 휩쓸었던 'Ebony and ivory'에서 느꼈던 조우의 감동을 'Only our hearts'에서 다시금 재현한다. 여유롭고 평화로운 감상을 전하는 폴의 보컬과 풍성하게 울려 퍼져 나가는 현악 연주 사이에서 터져 나오는 스티비 원더의 하모니카 연주는 환상적 분위기를 자아냄과 함께 감미로운 낭만을 연출한다.
지나간 옛 시대의 대중들과 함께 호흡하고,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며, 불리어진 고전 음악들을 자신이 꾸며내는 소리로 전하고자 했다. 이제는 시대의 어른으로 후세대에 소중하고 귀중한 유산을 남기고자 한다. 우리와 함께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그의 목소리에는 모두의 가슴속에서 울려 퍼지는 아름다운 멜로디가 있다. 또 그 잔향(殘響)에는 영원히 변치 않을 감동이 있다. 폴 매카트니의 음악 '생(生)'이다. 폴은 '여전히' 살아있다. Paul is 'still' live!
-수록곡-
01. I'm Gonna Sit Right Down And Write Myself A Letter [추천]
02. Home (When Shadows Fall)
03. It's Only A Paper Moon
04. More I Cannot Wish You
05. The Glory Of Love
06. We Three (My Echo, My Shadow And Me)
07. Ac-Cent-Tchu-Ate The Positive [추천]
08. My Valentine (Featuring Eric Clapton) [추천]
09. Always
10. My Very Good Friend The Milkman
11. Bye Bye Blackbird
12. Get Yourself Another Fool (Featuring Eric Clapton) [추천]
13. The Inch Worm
14. Only Our Hearts (Featuring Stevie Wonder) [추천]
15. Baby's Request (Bonus Track)
16. My One And Only Love (Bonus Tra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