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McCartney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1970

by 이기찬

2015.03.01

1970년, 폴 매카트니는 전설 비틀스의 해체를 선언했다. 비틀스 최후의 앨범 < Let It Be >의 옆 자리에 무심하듯 놓이는 그의 데뷔 앨범은 비틀마니아에게 애증의 작품이다. 설익은 포도로 담가 농밀하지 못한 습작 와인 분위기를 풍기나 편안한 달콤함은 역시 주조자가 폴 매카트니, 시대의 천재이자 세계 문화유산임을 상기시킨다.

음악의 신계에서 활동하며 생긴 번민과 다툼의 해답은 가족으로의 회귀다. 사랑하는 아내와 딸, 가족의 온기를 품기 위해 “단순함”을 주제로 원맨밴드 앨범 제작을 착수했다. 자택에서 사운드 체크를 위해 즉흥적으로 녹음한 곡으로 믿기 힘든 천재적 멜로디의 'The lovely Linda'가 목가적 분위기의 서막.

특유의 단순하면서도 잊기 힘든 멜로디의 매력은 가벼운 포크 분위기의 'That would be something', 악기 편성의 미니멀리즘이 돋보이는 'Every night'으로 극대화된다. 곡의 가사는 예술적 멜로디를 돋보이게 하는 간단한 구절의 단순반복에 지나지 않는다. 실험정신 또한 사라지지 않아 브라질 원시 부족의 이름을 딴 'Kreen-Akrore'는 정글의 현장감을 위해 야생동물 울음소리, 격하게 내뱉는 숨소리 등 각종 효과음까지 오버더빙으로 처리했다. 비틀스에서 시도하지 못한 음악적 나래를 활짝 펼치며 기뻐한다.

마침내 찾은 소울메이트 린다 이스트먼(Linda Eastman)에 봉헌하는 사랑가는 이어져 투어 세트리스트에 결석하지 않는 곡 'Maybe I'm amazed'로 방점을 찍는다. 비틀스 사운드에 가장 흡사한 록 발라드 명곡은 2004년 롤링 스톤스가 선정한 역대 최고 500선 중 매카트니 싱글 중 유일하게 338위로 자존심을 세웠다. 역설적이게도 대중의 귀는 아직도 비틀스에 열려있다.

극대화된 기대에 부응하듯 빌보드 1위를 차지했으나 상업성과는 거리가 멀다. 반 이상은 음악 감상실 편안한 소파에 덩그러니 기대앉아 무심하게 흘려보내는 분위기에 어울리는 연주곡들이다. 'Momma miss america'의 군데군데 박자가 어긋나는 드럼, 'Oo You'의 블루지함을 풍기려 노력하나 무던해 조지 해리슨을 부르고 싶게 만드는 기타는 편한 분위기의 반대급부라 대변할 수 있을 것이다.

'Let it be', 'Hey Jude'를 뛰어넘는 예술적 독창성을 바란 팬들은 실망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선택은 1970년대 에코, 소리의 벽이 판치던 뮤직 비즈니스에서 약간 물러나는 것이었다. 초기 비틀마니아 시절에나 들을 수 있던 보정이나 믹싱을 가하지 않은 순수한 목소리는 기초로 돌아가 애호가들의 마음을 울린다. 단순하기에 아름답다.

-수록곡-
1. Lovely Linda
2. That Would Be Something [추천]
3. Valentine Day
4. Every Night [추천]
5. Hot As Sun/Glasses
6. Junk
7. Man We Was Lonely
8. Oo You
9. Momma Miss America
10. Teddy Boy
11. Singalong Junk
12. Maybe I'm Amazed [추천]
13. Kreen-Akrore [추천]
이기찬(Geechanlee@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