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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ut me some slack
폴 매카트니(Paul McCartney)
데이브 그롤(Dave Grohl)
크리스 노보셀릭(Krist Novoselic)
2013

by 신현태

2013.02.01

2012년 12월 12일 < 12-12-12 The Concert For Sandy Relief >라는 이름으로 뉴욕 매디슨 스퀘어가든에서 허리케인 샌디 피해자들을 위한 자선 공연이 열렸다. 그 값진 의미와 규모만큼이나 쟁쟁한 라인업이 팝 음악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브루스 스프링스틴, 빌리 조엘, 본 조비, 크리스 마틴, 더 후, 에릭 클랩튼, 로저 워터스, 에디 베더, 롤링 스톤즈 그리고 알리샤 키스와 카니야 웨스트가 무대의 주인공이었다. 웬만한 록 페스티벌보다 화려한 구성이다. 현재를 살아가는 과거의 전설들과 새로운 전설을 만들고 있는 신, 구의 조화가 아름다웠던 기억으로 남을 역사의 현장이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공연에서 잊을 수 없는 장면은 폴 매카트니와 너바나의 멤버들이 함께한 ‘Cut me some slack’이었다.


드럼에는 현재 푸 파이터즈를 이끌고 있는 데이브 그롤, 베이스에는 크리스 노보셀릭 그리고 기타에는 커트 코베인이 죽기 직전 너바나에 가입했던 팻 스미어가 자리했다. 코베인의 자리에는 폴 매카트니가 대신하며 사상 초유의 콜라보레이션을 선보인 것이다. 그 구성으로도 큰 화제를 낳았지만, 그들이 라이브로 선보였던 ‘Cut me some slack’는 예상외의 협업이었다. 데이브의 제안으로 시작된 폴과 멤버들의 만남은 잼 형식의 미팅에서부터였다. 너바나식의 연주는 이어졌고 그 와중에 나온 곡이 바로 Cut me some slack'이다. ‘Helter skelter'의 매카트니가 너바나 멤버들과 잊지 못할 블루스 하드록을 연주한 것이다. 작품은 곧 개봉될 데이브 그롤의 다큐멘터리 영화 < Sound City >에 삽입되었다.


현재 미국의 록계는 데이브 그롤에 행보에 대한 설들이 분분하다. 평소에도 친분이 두터웠던 폴 매카트니와의 작업이 현재 자신의 밴드인 푸 파이터즈와 함께한 것이 아니고, 이전 밴드 메이트인 너바나였기 때문이다. 사실 2009년부터 너바나의 재결성에 대한 설들은 끊임없이 나왔었다. 슬립 낫의 코리 테일러(Corey Taylor)와 퍼들 오브 머드의 웨슬리 스캔틀린(Wesley Scantlin) 그리고 얼터너티브의 선두에서 함께 시류를 이끌었던 펄 잼의 에디 베더까지. 이런 수많은 이야기는 그저 뜬구름 잡는 소문으로만 인식되어왔다. 그렇지만 2012년 ‘Nirvana Reunion'이라는 이름의 공연은 이미 세간의 화제를 낳으며 마무리되었고 그들의 프론트 맨으로는 팝 역사상 최고의 천재 뮤지션 폴 매카트니가 섰다. 단순히 일회성 이벤트로 끝날 것인가 아니면 너바나의 재결합인가에 대한 의문은 오로지 그들의 의지에 달려있다. ‘Paul McCartney and Nirvana’라는 어딘지 모를 어색한 만남은 어떤 식으로든 의미 있는 작품으로 기억될 것이다.

신현태(rockershin@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