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이게 누구야. 자켓의 창백한 얼굴은 유연한 허리 돌리기와 농염한 시선으로 1980년대를 후끈 달구었던 김완선이 분명하다. 가수로서는 5년만의 컴백이다. 그녀를 잘 모를 수도 있을 10대 팬을 위해 화려했던 김완선의 궤적을 잠시 살펴보자.
1986년 당시 17살의 나이로 데뷔해, 소방차, 나미 등과 함께 국내 댄스 뮤직을 견인했던 그녀는 '오늘밤', '나홀로 뜰앞에서', '리듬속의 그 춤을' 등을 연쇄 폭발시키며 일약 '댄스의 여제' 자리에 오른다. 그러나 1992년 전성기를 누리던 그녀는 갑자기 국내 활동을 접는다는 멘트를 남긴 채 대만 연예가로 적을 옮긴다. 타국 땅에서도 뒤지지 않는 성공을 맛본 그녀는 다시 귀국해서 댄스 팀 오룡비무방의 제작자로 야심 차게 나서지만 쓴맛을 보고 만다. 동시에 가수 활동을 재개, '탤런트'가 잠시 선전했으나 별 재미를 보지 못한 채 다시 은둔생활에 들어간다.
1997년까지의 이야기다. 이후 그녀의 복귀를 믿는 팬은 거의 없었다. 적어도 가수로서는. 그렇게 한 시대를 풍미한 디바의 바이오그래피도 막이 내리는 듯 했다. 이제는 추억의 이름이 된 이지연, 원준희와 마찬가지로 말이다.
그래서 그녀의 예기치 않은 음반 공개는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다. 섣부른 예상이 생길 수도 있겠다. 나이 30을 훌쩍 넘었을 텐데 뭔가 스타일적인 변화가 있겠지 하는.
그런 예측을 한 음악 팬들은 미안하지만 잘못 짚었다. 리믹스 버전을 제외하고 총 10곡이 담긴 신보는 대부분 예전의 에너지를 고이 간직한 댄스 넘버들로 채워져 있다. 타이틀로 내정된 'S'부터 그렇다. 반복을 통해 환각을 유도하는 트랜스의 냄새를 풍기지만 그 본령이 댄스뮤직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그 다음 트랙 'Shall we dance?'는 아예 제목에서부터 성향을 드러낸다. 저절로 어깨가 들썩여지는 일련의 행렬들인 '질주', 'Feel so good', 'Shadow' 등도 같은 카테고리로 묶인다.
물론 발라드도 있다. 춤 솜씨에 눌려 상대적으로 덜 평가된 가창력을 다시 보아달라는 듯 감정을 실어 노래하는 'Only love'와 피아노 선율에 맞춰 잔잔히 진행하는 소품 '보낼 수 없는 사랑'이 그것이다. 특히 전자는 멋진 멜로디와 제법 감성을 자극해오는 창법이 인상적인 곡으로 좋은 반응이 기대된다.
<겨울연가>의 사운드트랙에서 멋진 노래 솜씨를 보인 신인가수 Ryu(류), 인기 작곡가 신인수, 유명 제작자 피터 라펠슨(Peter Rafelson) 등이 참여한 크레딧 라인도 빵빵하다. 그리고 놓치지 말아야 할 깜짝 이벤트. 예전 히트 곡들을 리메이크해 모아놓은 특별 시디가 첨부되어 있다.
영악한 10대들이 장악해 버린 댄스 판에 날아든 노장의 도전장이다. 격려의 감정 반과 더불어 나머지 절반의 염려가 생긴다. 과연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기우이길 바란다.
-수록곡-
New Album 'S'
1. S
2. Shall we dance
3. Seduction
4. 질주
5. Only love
6. Feel so good
7. Shadow
8. 보낼 수 없는 사랑
9. Another me
10. I don't want to hear it from you
11. S(Chinese ver.)
12. Seduction(Wtse-Han Jae Won Mix)
13. 질주(Wtse-Han Jae Won Mix)
14. Feel so good(Wtse-Han Jae Won Mix)
15. Shall we dance(Wtse-Han Jae Won Mix)
16. S(Wtse-Han Jae Won Mix)
Remake Album
1. 지난이야기
2. 리듬속의 그 춤을
3. 애수
4. 그대는 바람처럼
5. 가장무도회
6. 나홀로 뜰앞에서
7. 삐에로는 우릴 보고 웃지
8. 모노드라마
9. 하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