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목소리가 맘에 든다면 주저 말고 Click Me, Click Click Me.'
수많은 자기 과시와 허세로 가득한 최근 신예들과는 달리, 자이언 티(Zion. T)는 인기를 구걸하지 않았다. 3분이 채 되지 않는 고고한 데뷔곡 'Click Me'는 진솔한 자기소개서였고, 그 속에서 배어나오는 매력에 대중들은 매혹되었다. 전례 없는 독특한 보컬 톤과 본토의 느낌이 물씬 배어나오는 그루비한 리듬감을 지니고 있던 그의 재능은 프라이머리(Primary)를 만나 만개했다. '씨스루'와 '만나' 등의 히트 싱글이 탄생했고, 이외 수많은 피처링 작업을 통해 일반 대중들에게도 '수퍼 루키'로서의 기대감을 한껏 높였다.
< Red Light >는 자이언 티라는 뮤지션의 정체성을 명확히 규정한다. 그는 작사, 작곡, 프로듀싱을 진두지휘하여 마치 한 편의 영화와도 같은 유기적이며 일관성 있는 앨범을 구성하는 데 성공했다. 앨범 전체를 조율하는 것은 현재와 과거, 소울과 팝을 넘나드는 능수능란한 보컬이며, 이를 중심으로 실험과 안정, 변화를 자가 복제한다.
< Red Light >는 또 다른 형식의 'Click me'이다. 'Groovy한 걸음 걸이의 skinny red'와 같은 자기 어필이 데뷔곡에 담겨있었다면, 본 앨범은 존재 뿐 아니라 자신이 지향하는 음악과 가치관을 어필한다. 관능적인 노랫말과 능청스러운 그루브, 다양한 보컬 운용으로 대표되는 그의 음악은 전형적인 소울 (Soul)이다. 그러나 마냥 복고를 추구하는 것은 아니다. 과거와 현대를 오가며 세련된 맛을 더하고 대중적인 감각을 발휘하여 접점을 마련한다. '뻔한 멜로디'는 이러한 고민의 가장 훌륭한 산물이라 할 수 있다.
한 템포 늦는 킥으로 그루브의 절정을 들려주는 'Doop', 아르페지오 신디사이저 사용으로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Neon' 등은 솔로 앨범에서만 느낄 수 있는 새로운 정취이며, 자이언 티 표 팝 싱글의 계보를 이어가는 'Babay'와 'She', '도도해' 등은 앞선 활동에 익숙한 대중들의 만족을 고려하고 있다. 앨범 후반부의 인스트루멘탈과 'Neon'의 감독판 버전 배치는 앨범의 전체적인 유기성을 더욱 강화하며 다양한 요소들을 하나로 녹여내는 역할을 수행한다.
몇몇 대중들에게 작품은 생소하게 다가올 수 있다. 이제까지 자이언 티와 다른 뮤지션들의 협연에 익숙한 이들에게 앨범은 불친절하게, 또 독선적으로 비춰질 가능성이 있다. 소울과 힙합, R&B와 팝 발라드 등에 대한 규정이 아직도 명확하지 않은 채 그저 '발라드'라는 이름 하나로 설명되는 한국 블랙뮤직의 현실은 < Red Light >에 대한 대중들의 공정한 평가를 힘들게 한다. 많은 아티스트들이 이를 의식하여 싱글만은 의도적인 '발라드'로 정하거나, 혹은 그들의 가치관을 변경하여 음악노선을 틀었다. 결국 이러한 모습은 이도 저도 아닌 모호한 결과물만을 낳고 있을 뿐이다.
자이언 티의 매력은 바로 이 점에 있다. 그는 시류를 쫓아가지 않고, 시류가 자신을 쫓아오도록 만들었다. < Red Light >는 소울 뮤지션으로서의 정체성과 대중적 압박이라는 쌍방향적 압박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 속에서 유유히 자신만의 길을 걷는 작품이다. 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다 주저앉고 마는 다른 뮤지션들과 달리, 자이언 티는 그 접점을 슬기롭게 찾아냈다. 'Click Me'가 발매된 지 정확히 2년째 되는 지금, 대중들은 '21세기 소울 스타'의 영리한 데뷔작을 수없이 클릭하고 있다.
-수록곡-
1. O
2. Doop (Feat. Verbal Jint) [추천]
3. 도도해
4. She (Feat. Beenzino)
5. Neon
6. Babay (Feat. Gaeko of Dynamic Duo) [추천]
7. 지구온난화 (Feat. YDG)
8. 뻔한 멜로디 (Feat. Crush) [추천]
9. Doop (Inst.)
10. Neon'/Director's Cut [추천]
11. Click Me (2013)(Feat. Dok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