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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그늘
심규선(Lucia)
2013

by 왕민아

2013.04.01

대부분에게 '심규선'보다는 'with 심규선'이 더 익숙하다. 그만큼 심규선은 그동안 다른 뮤지션들과의 안정된 협업을 들려줬다. 매끄러운 공동작업의 산물이 늘어날수록 '심규선'이라는 브랜드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쌓여간다. 오랜 시간 진액을 짜내고, 또 묵히고 묵혀 대중에게 묵직하게 다가가는 뮤지션이 있는가 하면, 짧고 잦은 호흡으로 대중과 꾸준히 소통하는 뮤지션도 있다. 심규선은 활동 빈도가 상당히 잦은 편이나 활동의 몸집은 그다지 크지 않다.

심규선은 짧고 잦은 호흡 속에서 조용하게, 그리고 꾸준히 한 걸음씩 걸어 나간다. 자신의 색깔을 굳건하게 유지하면서도 그 속에서 변화와 진화를 만들어내는 일은 모든 뮤지션들의 이상점인 동시에 애로점으로 존재한다. 심규선은 그 난제를 비교적 잘 풀어내는 뮤지션이다. 심규선이라는 브랜드의 색깔은 일정한 맥을 유지하고 있고, 동시에 앨범이 거듭될수록 겹겹이 두터워지는 음악을 들려준다. 겉은 유약해보일 수도 있지만 그의 음악은 속이 아주 두텁다.

자신의 색깔이 선명한 뮤지션일수록 그 속에 스스로가 파묻히고, 또 희석되기 쉽다. 그 색깔 속에 희석되어 버린다면 그 '선명한 색깔'은 오히려 독이 되어 돌아올 수 있다. 그 속에 갇혀버릴 수 있는 것이다. 심규선은 그 색깔 속에 갇히는 것의 독성을 잘 파악한 듯하다. 자신만의 색깔 속에서도 또 다른 결의 색을 내려는 시도를 끊임없이 하고 있다. 이 앨범에서는 그 노력이 더 선명하고 또렷하게 들린다.

이번 앨범에서 심규선의 음악은 더 고고해졌다. 그의 음악이 내비치는 여러 가지 색채 중에서도 특히 돋보이는 색이 '우아함'이다. 우아하다는 것, 말로는 쉽지만 결코 쉽게 만들어낼 수 없는 것이다. 그의 음악은 이제까지 그 우아한 결을 쭉 유지해왔고, 이번 앨범에서 그 우아함과 고고함이 무르익었다. 우아하다는 것은 그저 하늘거리고 유약하지만은 않음을 의미한다. 그의 음악이 그렇다.

-수록곡-
1. 사과꽃
2. 그런 계절 [추천]
3. 실편백나무
4. 5월의 당신은
5. 담담하게 [추천]
6. 그런 계절 (Inst.)
7. 오스카
8. 꽃처럼 한 철만 사랑해 줄 건가요? (Early Demo Ver.)
왕민아(nena52@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