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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설헌 蘭雪軒
심규선(Lucia)
2024

by 김반야

2024.10.09

곡의 짜임새가 단단하다. 보컬, 악기, 노랫말을 모두 조화롭게 직조했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우리나라 역사상 최초로 문집을 간행한 여성 시인이자 화가인 난설헌의 삶을 담았다. 심규선은 “난설헌의 목소리로 노래하되, 동시에 세상의 모든 난설헌에게 이 노래를 보내고자 했습니다. 써야 했지만 쓰지 못한 시와, 불러야 했지만 부르지 못한 노래의 무게를 아는 모든 이들을 향한 이야기입니다.”라고 작업기를 밝혔다. 

 

그의 보컬은 가느다랗지만 소리꾼처럼 힘이 있다. 고음을 곧게 뻗어 어설프게 굽히지 않는다. ‘꺾기’와 특유의 아스라이 안개같은 목소리, 그리고 고전 악기를 적절하게 배치해 드라마틱한 장치로 사용했다. “습했던 것은 이내 메말라지고”로 시작하는 가사 또한 아름답고 시적이다. 이야기, 보컬, 악기 모두 듣는 맛이 있어 들을 때마다 매번 다르게 들린다.

김반야(10_ban@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