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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laming Nuts
크라잉넛
2013

by 김도헌

2013.07.01

땅콩들은 여전히 불타오른다. < 불편한 파티 > 이후 4년 만의 앨범에서도 크라잉 넛은 축제의 장을 연다. 말달리던 시절도 어느덧 아득한 추억으로 남겨질법한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해적 깃발을 내걸고 신나는 송가를 연주하는 이들은 영원한 청춘의 대변자다.

첫 트랙 '해적의 항로'부터 이들은 달리고자 하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경쾌한 아이리시 휘슬 소리와 함께 질주하는 뱃노래는 또 다른 크라잉 넛의 신나는 모험을 예고하는 것과 같다. < OK 목장의 젖소 >의 '마시자'를 연상케 하는 '취생몽사', 과격한 뉴 메탈 풍의 '땅콩' 등을 통해 달릴 때 달려줌으로서 펑크 밴드의 가장 주된 미덕인 에너지를 잃지 않았음을 증명한다.

다양한 시도들을 통해 색다른 모습으로 비춰졌던 곡들도 이제 겉돌지 않고 '크라잉 넛의 음악' 이라는 이름 아래 자연스러운 모양새다. < 하수연가 >부터 시작된 이들의 팝, 트로트, 월드 뮤직적 실험은 이후의 커리어를 통해 갈수록 발전하는 모습을 보였고, 신작에서도 이는 모나지 않게 소소한 재미를 더한다. 남미 민요풍의 '여름' 과 어쿠스틱 송인 '새신발', 전자 비트와 우쿠렐레 사용으로 재미를 더한 'Give me the money' 등은 이들을 단순한 펑크 밴드가 아닌, 대한민국 록 씬을 대표하는 다채로운 색의 밴드로 칭해야 하는 이유들이다.

성숙은 음악적으로만 이루어지지 않았다. < 불편한 파티 >를 통해 보여준 '세상은 어둡지만, 그래도 우리는 달린다!' 는 애티튜드는 < Flaming Nuts >에 연장선으로 작용하고 있다. 20대 삶의 현실을 '난 돈이 필요해' 라는 절실한 외침으로 드러내는 'Give me the money', 보잘 것 없는 삶이지만 원대한 꿈을 품고 있는 '레고', 지친 청춘을 격려하는 '5분 세탁' 등을 통해 우리는 달려야 한다는 크라잉 넛의 원초적 이상이 좀 더 확대되어 희망을 주고 동반자가 되어주는 형태로 발현되고 있음을 보게 된다.

에너지와 성숙의 애매한 조화와 이렇다 할 히트 싱글의 부재는 < Flaming Nuts > 가 과거와 같은 열광적인 성원을 기대할 수 없는 요소들이다. 그러나 완성도와는 별개로 크라잉 넛의 신보는 반갑다. 대중들의 기대에 부합해 달릴 때 달려주고, 위로가 필요할 때 토닥여 주는 것만으로도 중견 밴드로서의 소임은 다 했다고 볼 수 있다. 게다가 여전히 이들은 젊고, 청춘의 대변자로서 손색없다. 땅콩들은 계속 불타오르고, 소리치고, 노래하고 있다. 긍정적 의미에서 참 '잣 같은 땅콩들' 이다.

-수록곡-
1. 해적의 항로 [추천]
2. Give me the money
3. 레고 [추천]
4. 미지의 세계
5. 5분 세탁
6. 땅콩
7. 새신발
8. 취생몽사
9. Self happy christmas & new year
10. 여름 [추천]
김도헌(zener1218@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