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라잉 넛과 갤럭시 익스프레스, 합체! 이게 무슨 소릴까. 두 그룹이 하나가 되어 활동한다는 걸까. 분명 그것을 기대하며 이어폰을 꽂는 사람들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데 막상 눈 빠질 듯 돌아가는 시디에서 흘러나오는 노래들은 정확히 세 곡씩 자신들의 구역을 나누고 있다. 그렇다면 굳이 왜 하나의 EP로 발매했는지 궁금할 법도 하다. 재킷만 보면 영락없이 '우리 합작했어요'라고 외치고 있는 모습 아닌가.
그래도 실망은 금물이다. 콜라보레이션은 아니지만, 그만큼 좋은 의도로 탄생된 작품이기 때문이다. 루비 살롱 레코드와 결별한 후 독립 레이블을 차리며 힘겹게 자생해 온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매니지먼트를 드럭 레코드가 맡게 되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신경 쓸 것이 많았던 그들에게 드디어 음악에만 집중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고, 크라잉 넛 역시 다소 해이해질 수 있는 시기에 강력한 후배가 들어와 다시금 긴장의 끈을 팽팽히 할 만한 환경이 구축되었다. 한마디로 이야기해 윈-윈인 셈이다. 이를 널리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이 스플릿 앨범은 어느 때보다도 가득한 자신감과 패기로 분해 겨울의 한기를 덥히고 있다.
비록 곡수는 적지만 그 밀도가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두 밴드의 만개한 멜로디 감각으로 인해 여느 가수와 견줘도 밀리지 않는 대중성을 확보하고 있다는 것이 인상적이다. 펑크와 팝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고 공존할 수 있음을 증명하는 이들은 각각 '이사가는 날'과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를 간판으로 내걸며 메시지 측면에서도 앞으로만 나아가는 것이 아닌 주위도 충실히 둘러보고 있음을 설파한다. 추워지는 계절에 맞춰 피치를 낮춘 사운드는 의외의 따스함을 만들어 내며 삼삼오오 사람들을 모으는 광경을 연출해 낼 법 하다.
물론 혈기왕성한 모습도 그대로다. 군대를 갔다 온 사람이라면 '카키색과 황토색이 있지'에서 분명 한번은 웃고 지나갈 '브레이브맨', 언제나처럼 막무가내로 내달리며 로큰롤만의 자유로움을 부르짖는 'Oh! Yeah! 오예!' 등은 여전히 에너지로 충만하다. 최전선을 내달리는 이들답게 실력을 십분 발휘하며 촘촘하게 짜인 구성과 편곡을 통해 몸을 들썩이게 만든다. 트랙 수가 적고 새로울 것은 없다는 점이 조금은 아쉽지만, 이 정도면 앞으로의 행보를 충분히 기대하게 할 만한 모범적인 '예고편'이라 할만하다.
펑크록의 바통은 10년이 넘어서야 아슬아슬하게 그것을 넘겨줄 적임자를 발견했다. 물론 앞으로도 쉽사리 선배들의 날카로움이 무뎌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새로운 물결을 찾아 자신의 편으로 끌어왔다는 것은 최근 여성지향적인 음악에 밀려 설 자리를 잃어가던 하드록 신에 비춰보면 상당히 다행스러운 일이다. 더욱이 이상적인 신구조화의 모습은 이제부터가 본격적일 것이라는 사실이 마음을 들뜨게 만든다. 한솥밥을 먹으며 생겨날 파급효과의 전초전, 우리는 그것을 흐뭇하게 지켜보는 중이다.
-수록곡-
1. 이사가는 날 [추천]
2. 브레이브맨 [추천]
3. Oh! Yeah! 오예! [추천]
4. 떠나는 날
5. 지나고 나면 언제나 좋았어
6. 이사가는 날(Original v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