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라는 매스미디어를 통해 소비되는 아이돌 중심의 '기형적 시장구조'는 탈자본을 주창하는 인디 음악의 기지개를 가로막는다. 인디와 오버의 경계선에서 갈피를 못 잡고 기억 속으로 희미해져 간 밴드 또한 적지 않다. 이런 괴(怪)구조 속에서 살아남은 자들은 여전히 떳떳하게, 혹은 연명(?)하며 자신의 음악을 하고 있다. 이쯤 하면 대한민국이라는 음악의 불모지에서 록을 한다는 것 자체가 '모 아니면 도'의 외줄 타기라는 것이 크게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우주의 태초 대폭발을 로큰롤로 구현해낸다는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시장의 틀'에 얽매어있기를 거부한다. 지난봄 무모할 것 같았던 북미투어 중 뜻밖의 행운이 있었다. “한국에서 온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록밴드 MC5를 연상시키는 종횡무진의 프로토 펑크(Proto punk), 사이키델릭 록으로 확신을 가진 엄청난 연주를 들려주었다.”라는 내용으로 뉴욕타임스에 기재된 것이다. 이는 비영어권 밴드로는 이례적인 일로 '맨땅에 헤딩' 식의 미국 투어에서 이뤄낸 쾌거였으며 새로운 시장에 대한 가능성을 확인하는, 작지만 기분 좋은 사건이었다.
사실 정상적인 스튜디오 앨범은 이번 < Galaxy Express >가 처음이다. 데뷔 작품 < Noise On Fire >는 더블 앨범이었고, < Wild Dayz >는 한 달 동안 MP3로 녹음하며 '무에서 유'를 창조해냈다. 무모함에서 시작했지만, 그 결과는 지금의 그들을 낳았고 이제야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결정판이 나온 것이다. 우주를 향한 쾌속질주는 이제 막 본 궤도에 올라섰다.
10곡의 신곡은 붉은 표범의 이미지와 상충하는 맹렬한 기백의 로큰롤이다. 'Riding the galaxy'는 슬라이드 기타 연주와 사이키델릭 사운드로 대망의 시작을 알린다. 'Cha! cha! cha! cha!'는 스투지스(The Stooges)와 엠씨파이브(MC5), 텔레비전(Television) 등이 유행시켰던 프로토 펑크의 원색적인 야만성을 그대로 담아낸, 이른바 '록왕'의 낙관이 새겨진 가장 그들다운 작품이다. 이어지는 트랙 '너와 나'는 우리 모두 우주로 날아가자는 희망가다. 간결한 인트로 리프와 명료한 멜로디라인, 싱어롱의 장치가 탑재된 코러스는 이상적으로 결합한다.
'호롱불'은 폭렬의 에너지로 달아오른다. '밤새 놀아나보자!'는 날카로운 외침은 곧장 청각의 쾌감으로 전해지며, 작은 호롱에 타는 불보다는 거대한 용광로 속의 화염이 느껴지는 정열의 '청춘 찬가'다. 'How does it feel?'은 드럼과 베이스의 그루브감이 생명으로 스페이스 록의 사이키델릭적 무드를 극적으로 끌어낸다. '그날처럼'의 비트감은 하드록의 위대한 그림자 AC/DC를 떠올리게 한다. 이 하드 록 퍼레이드는 '또 다른 세계로'로 이어진다. 굵직하고 선명한 리프와 거대한 소리의 폭발, 극적인 곡의 전개는 앨범의 백미다.
'첫 느낌으로'는 이전에는 없던 낭만을 품은 로맨스다. 쉼 없이 달려만 왔던 그들을 잠시 내려앉아 읊조리듯 노래한다. '언제까지나'는 멜로디 마에스트로 노엘 갤리거의 유려한 선율 못지않은 중독성이 느껴진다. 대중성과 작품성을 동시에 품은 놀라운 발라드다. '언제까지나'의 후렴구를 그대로 잇는 'Forever more'는 만감이 교차하는 묘한 여운이 남는 피날레다.
비틀즈는 무자비한 고성으로 가득했던 공연에 질려 팬들 앞에 서길 거부했다. “라이브에서 연주할 수 없는 곡을 만들자!”라는 포부로 소리의 실험에 돌입한다. 스튜디오로 향했던 그들은 팝 음악의 기념비적인 작품들을 끊임 내놓았고 '대중음악사 최고봉'에 올라섰다. 반면 롤링 스톤즈는 이런 광적인 팬들의 환호를 즐기기라도 하듯 쉼 없이 길 위를 달렸고, 팬들 앞에 섰다. 그러는 와중에도 변함없이 순도 높은 로큰롤 명반을 잇달아 발표하며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로큰롤 밴드'라는 위치를 선점했다. 이 명성을 유지하는 비결은 무대 위의 지칠 줄 모르는 파워였다.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완벽하게 후자에 해당하며, 우리가 이들에게 열광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초기 '정의와 젊음'으로 대두하였던 인디신의 펑크록과 하드코어라는 강성은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사랑과 일상'을 매개로 하는 연성화에 빠졌다. '태도의 차이'보다는 '다른 취향'이 그 밑바탕에 깔리며 변질한 것이다. 그들은 이런 시들어가는 기조를 순전히 에너지만으로 깨부순 팀이다. 마일즈 데이비즈의 < Kind Of Blue >를 향한 찬사 중 '이 음반을 좋아하지 않는 다면, 당신은 재즈를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라는 이야기가 있다. 여기에 이 표현을 그대로 빌려보고자 한다.
이 음반을 좋아하지 않는 다면, 당신은 록을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 Galaxy Express >는 최고의 록 밴드가 만들어낸 최고의 록 앨범이다.
-수록곡-
1. Riding the galaxy
2. Cha! cha! cha! cha! [추천]
3. 너와 나 [추천]
4. 호롱불 [추천]
5. How does it feel?
6. 그 날처럼 [추천]
7. 또 다른 세계로 [추천]
8. 첫 느낌으로 [추천]
9. 언제까지나 [추천]
10. Forever mo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