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봐온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정체성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이 앨범에 대한 해석도 상이하게 나뉜다. 로 파이의 거친 톤으로 사운드를 맹렬하게 토해내던 옛 모습에 무게를 둔다면 작품은 그렇게 반갑게 다가오지는 않을 테다. 디스코그래피의 같은 대열에 올려놓기에 < Walking On Empty >는 유달리 깔끔하고 또한 친절하며 이에 따라 심지어는 힘이 빠진 것처럼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이들을 정의하는 음악적 경계의 범위를 조금 넓혀 결과물을 한 번 바라보자. 그 본질에는 크게 변함이 없다. 핵심에 있는 갤럭시 익스프레스 표 로큰롤이 여전히 넘실대는 데다 리프와 훅 곳곳에서는 전처럼 강력한 펀치를 날려댄다. 앨범 전반에 적용된 매끄러운 이음새들은 변용의 한 방향으로 보인다.
음반을 논하며 위의 양 관점 중 구태여 한 쪽의 편에 서야한다면, 일단은 후자의 손을 들고 싶다. 결과물 전체에 깔린 보다 유해진 연출에 적잖은 의문이 들 법도 하나, 핵심에는 늘 그래왔던 것처럼 밴드의 특색 강한 로큰롤이 위치해있다. 매끈함과는 거리가 먼, 그러나 단번에 받아들이기 쉬운 직관적이고 직선적인 멜로디가 개개의 트랙에서 역시나 빛을 발한다. 그 결과로 파워풀한 퍼포먼스와 맹렬한 록 스타일, 까칠한 사운드 메이킹에 다소 가려져 있던 송라이팅에서의 진가가 상당수 수면 위로 올라온다. 선율이 선명한 '날 내버려둬'와 '시간은 간다', 명료한 리프가 트랙을 관통하는 '이제야 알았어'와 같은 곡들이 좋은 예. 듣기에 좋은 수록곡들을 앞세워 갤럭시 익스프레스는 흡입의 영역에서 쉽게 승기를 잡는다. 귀에 잘 들어온다는 강점은 결코 쉽게 간과할 수 없다.
여기에 녹음과 믹싱, 프로듀싱에 심혈을 기울인 기획은 높은 완성도라는 성과까지 자연스레 음반에 따라 붙게 했다. 매번 날 것의 느낌을 표출해온 이들에게 있어 어색한 감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의외성에서 오는 재미를 선사한다는 결과에 있어서 웰메이드로의 접근은 결코 나쁘지 않다. 더 큰 의미는 더욱 나아간 지점에 있다. 제작 과정에 기존과는 다른 방식을 시도함으로써 스타일링의 가용 범위를 훨씬 넓혔다. 앞날에 다양한 가능성을 부여한다는 점이 이 맥락에서의 의의에 해당한다.
겉으로 보이는 양상이 예와 다소 달라졌다 해도 과거의 매력을 뽑아내는 부분들은 충분히 자리해있다. 공간감 실린 사운드 전반에서 사이키델릭 컬러가 묻어나는 'Booster(바람이 분다)'나 질주감 가득한 록 트랙 '허공 속으로', 특유의 리프 메이킹이 드러나는 개러지 넘버 '환청' 등이 배치된 후반부에서 특히 특유의 공기가 흘러나온다. 부드러운 구성으로 시작해 격정적인 사운드로 치닫는 작품의 흐름은 밴드가 선사하는 또 하나의 재미다. 앨범의 가치는 찬찬히 살펴봐야 드러난다. 힘 넘치는 움직임을 내걸어 온 밴드가 처음으로 완력의 세기를 줄여 모습을 보인 결과물이기에 < Walking On Empty >의 첫 인상은 적잖은 당혹과 의문을 안긴다. 그러나 시간을 조금 들여 보자. 새로이 입은 깔끔한 외피 안에는 예전부터 요동쳐온 록 사운드와 캐치한 멜로디가 존재한다. 이 작품에는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어제와 내일이 담겨있다.
-수록곡-
1. 날 내버려둬 [추천]
2. 시간은 간다 [추천]
3. 이제야 알았어
4. 순간을 위해
5. 아무 생각 없이
6. Booster (바람이 분다) [추천]
7. 불 타 올라 [추천]
8. 환청
9. 다시
10. 허공 속으로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