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안한 팝으로 움직인 뒤로 이승환의 곡은 다소 허전하게 들린다. ‘너에게만 반응해’(2014)에서도 비슷한 달콤함을 담았지만, ‘다 이뻐’는 빠르기와 장식을 덜어내며 단조로워진 경우다. 아기자기한 편곡은 마음을 간질이기보다 조금 어리게 다가온다. 흔치 않은 단어들을(발그레, 콧등, 황송) 자연스레 녹여낸 작사 정도가 그의 품격을 느끼게 해준다.
부진의 이유는 무거운 구성에 있는 것이 아닌데, 자꾸만 심플함을 지향하는 방향이 아쉽다. 이 과정에서 록 보컬을 함께 가져가던 특유의 가창이 흐릿해졌고 곡이 가진 매력도 무뎌졌다. 늘 공들인 음악을 만들어온 그지만 무난함을 떨쳐낼 강렬함이 필요한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