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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쩜
이승환
선우정아
2021

by 소승근

2021.12.01

위기의 연인이 각자의 입장에서 말한다. 먼저 여자.


‘그대로네 어쩜 네 생각만 하고,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이렇게나 잠깐 좋고 오랫동안 나삐 지낼 거였으면 왜 이리 허무히 젊음을 너란 애에게 다 써버렸을까’


그리고 남자.


‘여전하네 어쩜 거짓말만 하고 착한 척만 하고 이렇게 또 잠깐 내 맘을 헤집고 들쑤시면 재밌나보다 나도 참 바보지 왜 하필 너란 애에게 뭐든 다 줬을까’


남녀의 차이를 극사실주의로 표현한 ‘어쩜’은 추운 겨울, 들판에 혼자 서있는 앙상한 나무처럼 쓸쓸하고 가슴 깊이 침잠하지만 그 안에는 분노와 미련, 억울함과 후회의 모습이 대치한다. 초반부의 단출하고 건조한 악기 구성은 슬픔을 확대하며 클라이맥스로 휘몰아친다. 데뷔 30년이 넘은 베테랑 이승환과 메이저와 마이너를 오가며 활동하는 선우정아의 떨리는 음색은 사랑의 설렘과 깨어진 애증의 원망을 동시에 담는다.

소승근(gicsucks@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