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이야기를 한다’라는 점에서 선우정아의 입지는 확고하다. ‘도망가자’ 와 ‘구애’, ‘동거’처럼 개성과 자기주장 뚜렷한 곡들은 현 대중음악계에서의 존재감을 다졌고 마니아를 결집했다. 가사와 사운드 양 진영에서 또렷한 색깔과 균형감을 가진 싱어송라이터며 잊기 힘든 음색의 소유자기도 하다.
신곡 ‘싸움’은 우회와 은유 없이 민낯을 드러낸다. “서로를 때리고 찌르고 아파해 / 서로를 죽일 듯 몰아세워”의 노랫말은 가창과 피아노 연주에 중화(中和)되나 씁쓸함과 처연함을 남긴다. 큰 굴곡 없이 산문시 읽듯 담담하게 흐르는 구성은 조금씩 고조되다 “내가 찢어낸 너의 등 / 불타버리는 우리 둘”의 불꽃에 이른다. 지난한 연인 관계와 갈등을 묘사한 ‘싸움’은 재치와 감각의 자리에 깊이를 새겨넣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