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즈 보컬리스트이자 싱어송라이터인 선우정아는 YG 엔터테인먼트 소속 앨범 수록곡의 작곡, 작사에 참여한 경력이 있다. 가수 겸 작곡가로서도 나름의 활동 영역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대형 레이블에서 메이저 음악의 감각을 익혀온 것이다. 이러한 이력이 선우정아의 두 번째 앨범 < It's Okay Dear >에서 그의 아이덴티티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이 앨범의 재미다.
역시나 첫 곡 '주인공의 노래'부터 강하다. 브라스 세션의 사용이나 후렴의 멜로디의 결은 메이저 음악에서 들리는 그것과 비슷하다. 소리를 한 겹씩 극적으로 쌓아가는 구성은 아이돌 음악을 듣는 듯 묘한 기시감을 준다. 이러한 특징은 절규하는 보컬을 들려주는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이나 'Purple daddy'에서도 나타난다. 시작부터 겹겹이 쌓이는 소리의 층은 후반부에서 어지럽게 질주하며 마무리된다.
더 주목할 점은 가사다. 지금 당장 아빠를 돌려달라며 악다구니를 쓰거나('Purple daddy') 네가 뭘 아냐며 삿대질을 하다가도 그렇다고 가란 말은 아니었다고 황급히 말을 돌리고('울지마') 난해하다는 말에 억울해하다가 그래도 이해는 한다고 말한다.('알 수 없는 작곡가') 이처럼 가사는 불안정하고 감정적인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낸다. 유아적이면서 스스로의 감정에 솔직한 가사는 현재 아이돌 음악에서도 나타난다. 이러한 가사는 전작이었던 < Masstige >(2006)보다 한층 더 직설적으로 변했다.
그러다 'You are so beautiful'이 들린다. 불현듯 재즈 보컬리스트라는 선우정아의 아이덴티티가 떠오른다. 사실 앨범을 듣는 동안 이미 알고 있었다. 앨범 속 음악들은 그의 보컬을 토대로 구축되어 왔다는 것을. 선우정아의 보컬은 이 앨범이 단순한 메이저 음악의 아류가 아님을 증명한다. 싱어송라이터로서의 감각과 출중한 보컬기량이 이 견고한 앨범의 재료였던 것이다.
이쯤 되면 이 앨범의 연장선 어딘가에 선우정아가 YG 엔터테인먼트에서 작업한 '아파'(투애니원, 2010)나 ' Oh yeah'(GD & TOP, 2010)와 같은 곡들과의 접점이 존재함을 느끼게 된다. 그만큼 이 앨범은 그의 경험과 감각이 비추어지는 일종의 거울이다. 그 점이 전작인 < Masstige >와의 차별성이며, 더불어 다른 싱어송라이터와의 차별성이다. 어떤 작품의 실제 의도를 제일 잘 아는 사람은 작가 자신이다. 그 점에서 이 노래들은 선우정아의 의도 위에 그대로 놓인다. 그는 그가 그리고 싶은 그림을 그려냈다.
-수록곡-
1. 주인공의 노래 [추천]
2. 뱁새
3. 당신을 파괴하는 순간 [추천]
4. Purple daddy [추천]
5. 울지마
6. 알 수 없는 작곡가
7. Workaholic
8. You are so beautiful (Joe Cocker)
9. 비온다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