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한번 먼지를 털어낸 듯 깔끔하고 정제되어 있다. 6년 만의 정규 3집 < Serenade >는 재기발랄한 시선과 거침없는 가창으로 대중과 평단의 고른 호응을 받았던 그의 소포모어 < It’s Okay Dear >에서 두 발쯤 떨어져 나와 이전보다 단단하고 성숙한 시선을 내비친다. 여전히 사랑, 외로움, 고독, 혹은 욕, 배신, 생일과 같은 일상의 소재를 끌어와 노래의 악곡으로 사용하지만 16개의 수록곡으로 빼곡하게 채운 이번 작품은 더 무겁고 더 깊고 더, 많다.
이 넉넉한 노래 수가 음반으로 묶였을 때 가져올 효과는 둘 중 하나다. 많아서 좋거나, 많아서 흐트러졌거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신보는 전자다. 데뷔 초부터 자신의 메인 무기였던 재즈풍의 ‘인터뷰’, ‘Fall fall fall’과 피아노 중심의 섬세한 감정선이 돋보이는 발라드 ‘도망가자’, ‘Ready’, ‘To zero’. 그리고 이전 음반의 ‘주인공의 노래’, ‘뱁새’처럼 유쾌한 가사와 사운드가 대두되는 ‘욕의 여행’, ‘Shutthefuxxup’, ‘쌤쌤’을 지나 신시사이저, 일렉트릭 기타, 보코더 등을 적극 활용하는 ‘수퍼히어로’,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 ‘Classic’까지. 음반은 기존 선우정아의 작법들을 모두 품어 지난 6년의 세월을 소환한다.
달리 말하자면 여기에 새로운 그를 아로새길 발견은 부재한다. 대신 더 또렷하게 바로 새길 선우정아가 자리하는데 그건 기존의 자신이 쌓아 올렸던 재료를 흔들림 없이 차용하고 더 숙련도 높게 끓여낸 그 완숙함에서 온다. 버릴 것 없이 매끄러운 보컬은 대규모의 현악기를 들여 사운드 부피를 키운 타이틀 ‘도망가자’의 집중력을 견인하고 끝 곡 ‘Classic’은 폭죽처럼 터지는 전자음 가운데 폭발하는 그의 가창이 음악적 짜릿함을 안긴다. 몇몇 곡을 제외하고 전체적으로 톤 다운된 감정을 노래하지만 그 흐름이 쳐지지 않는 것은 전면에서 힘 있게 지휘하는 그의 통솔력 덕택이다.
재즈 색채 위에 나이대를 윗도는 구슬픈 사랑을 노래했던 데뷔작과 1집의 장르를 한층 밝게 전환해 일상의 감정과 자신의 생각을 조금 더 선명하게 드러냈던 두번째 앨범. 두 작품을 지나 다시 출발점에 선 신보는 지난 디스코그래피의 음악 정수 안에 전자음을 빼 들고 또 한 차례 적확한 현재의 감정을 그려냈다. 음반 단위로 청취했을 때 기승전결의 완성도는 없지만 뜨거운 호흡이 그 빈틈을 말끔하게 채운다. 거름망 없이 솔직한 선우정아의 마음 폭이 담긴 음반. 생각은 무거워졌고 재료는 다채로우며 배합은 농익었다. 어디에도 안주함은 없다.
-수록곡-
1. 인터뷰
2. 도망가자
3. Serenade [추천]
4. 멀티 플레이어
5. 욕의 여행 [추천]
6. Shutthefxxup [추천]
7. 쌤쌤
8. 수퍼히어로
9. Ready
10. 배신이 기다리고 있다
11. My birthday song [추천]
12. Fall fall fall
13. 생애
14. Invisible treausre
15. To zero
16. Classic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