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IT(정보기술, Information Technology) 시대를 지나 CT(문화기술, Culture Technology) 중심의 시대이다. 문화산업의 중요성을 대두시키며 우리나라가 최초로 만들어낸 용어 ‘CT’. SM엔터테인먼트는 여기에 ‘Neo’를 덧붙여 신인류 아이돌 그룹을 ‘NCT’로 명명하였다. 감탄스러운 순발력이다. 고정된 멤버 형태를 배격하고 개방성과 확장성을 내세운 그들은 한국 유닛인 엔시티 127 -‘127’은 서울의 경도를 뜻한다- 을 시작으로 각 국가별 유닛을 생성할 것이라 예고했다. 문화할인율을 낮춤으로써 전 세계인의 기호를 섭렵하려는 전략은 아이돌 시장의 선구자다운 영리한 행보이지만 실상은 어떨까.
팀의 콘셉트 그대로 무한성(limitless)을 강조한 탓인지 몰개성화한 음악성이 드러난다. 타이틀 곡의 강렬함은 동방신기와 닮아 있고 ‘Good thing’의 활기는 샤이니의 향취를 풍기며 ‘롤러코스터’의 개구짐은 레드벨벳을 떠올리게 한다. 다수의 프로듀서가 달려들어 완성시킨 각 트랙들은 퀄리티 높은 사운드와 맛깔난 비트의 조합을 통해 트렌디한 색채를 뽐내지만 엔씨티 127만의 아이덴티티는 아니다. 단순히 국내외 차트를 휩쓸고 있는 힙합, 일렉트로니카 기조를 따른 것으로 지구적 대중성을 획득하기 위한 수순의 결과이다.
그나마 힙합, 즉 랩의 발전이 반갑다. 유달리 랩 포지션에 약세를 보이던 SM엔터테인먼트는 본 그룹을 통해 비약적인 성장을 이룬다. 전작 < NCT #127 >에서 ‘Mad city’를 통해 랩 역량을 펼친 멤버 마크와 태용은 금번 앨범에서도 직접 작사에 참여하며 화려한 랩 스킬을 선보인다. 대중적인 성공을 거두기 위해 필수요소로 떠오른 ‘랩’까지 갖춘 셈이다. 랩은 최대 다수로부터의 최대 선호를 좇는 그들에게 주요 가치로 떠오른다.
완벽에 가까운 외모와 스타일링, 세련된 음악에 더해진 ‘힙’함은 나름의 대중성을 확보하지만 특별한 예술적 성취나 감동을 선사하진 않는다. ‘NCT’ 브랜드 자체가 자유로운 분할과 결합이라는 ‘몰정체성’을 표방하기에 더욱 그러하다. 시대 풍조와 경향을 분석해 포지셔닝하는 빅데이터(Big data) 방법론의 허영이 드러나는 지점이다. 아름답게 꾸며진 소리와 시각적 즐거움만이 우릴 마주한다. 리스크 없인 혁신도 없다.
-수록곡-
1. 無限的我 (무한적아;Limitless)
2. Good thing
3. Back 2 U (AM 01:27)
4. 롤러코스터 (Heartbreaker)
5. Baby don't like it (나쁜 짓)
6. Ange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