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멜레온도 이런 카멜레온이 없다. 자국인 미국에서 ‘국민 여동생’ 급으로 추앙받던 디즈니 걸이 어느 날 싱어송라이터의 명함을 건네고, 파격적인 외모와 무대로 국민 ‘쎈 언니’가 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돌연 얌전해졌다. 낯 뜨거운 퍼포먼스도 요즘 유행인 일렉트로니카도 없다. 세상 돌아가는 것에는 별 관심 없다는 듯 그가 들고나온 건 요새 드문 꽉 찬 컨트리 앨범이다.
사운드가 간결하다. 통기타와 일렉트릭 기타를 중심으로 곡을 꾸미고 소리를 확장하기 보다는 반복을 택했다. ‘Yonger now’가 타이틀곡임에도 그에 맞는 인상을 남기지 못하는 건 다 이 때문이다. 곡의 시작과 끝의 무게감이 비슷하고 호흡 또한 잔잔하니 대번에 마음을 빼앗기에는 무리인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승부수는 선율감과 앨범 전체의 호흡, 그 기본기로 갈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심심하다. 멜로디는 ‘Malibu’, ‘Miss you so much’ 정도만 잔상을 남기고 음반은 제 속도를 내지 못한다. 거의 모든 곡이 느린 템포로 진행되고 큰 격차 없는 음역대 안에서 흘러가니 매혹적인 분위기로 시선을 끈다 해도 그뿐이다. 우선의 듣는 재미가 부족해 자신이 바라본 사랑, 사회에 대한 시선을 가사로 풀어낸 자전적 앨범이라 한들 흥미가 생기지 않는다.
시류에 맞춰 전자음의 요소를 도입했던 < Can’t Be Tamed >, 노출로 큰 화제가 되긴 했지만 다양한 장르를 녹여낸 음악이 돋보였던 < Bangerz >등 전작만 놓고 봤을 때 그는 상업성, 음악성, 대중성의 삼박자를 골고루 노릴 줄 아는 저격수였다. 때문에 담백하기 만한 이번 음반은 또 다른 노림수다. 최근 케샤의 앨범 < Rainbow >에도 작년 레이디 가가의 < Joanne >에도 컨트리가 있었지만 모두 화려한 사운드를 덧대어 입맛을 맞췄다. 그처럼 인기 요인을 ‘빼버린’ 팝가수가 근래에는 없다.
듣고 즐기기에는 부족한 앨범이다. 꽂히는 선율도 진득하게 앉아 음반을 통으로 듣게 할 만큼의 속도감과 몰입도도 없다. 과거에 비해 반 토막 아니, 반반 토막 난 이번 앨범의 초동 판매량이 이를 반증한다. 다만 유의미한 성과는 그가 여러 가지 소스들을 ‘빼먹은’ 것이 아닌 ‘빼버렸’다는 데에 있다. 모르고 놓친 것과 알면서도 놓친 것의 차이. 잘 나갈 수 있는 것들을 거세하고 자기가 하고 싶은 음악을 했다.
-수록곡-
1. Yonger now
2. Malibu [추천]
3. Rainbowland (Feat. Dolly Parton)
4. Week without you
5. Miss you so much [추천]
6. I would die for you [추천]
7. Thinkin’
8. Bad mood
9. Love someone
10. She’s not him
11. Inspir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