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핍진성’이라는 단어가 있다. 본래 외견상 사실적이거나 진실해 보이는 정도나 질을 의미하지만 대개 ‘진리에 가깝거나 흡사한 정도’로 축약해 활용하곤 한다. 2015년에 나온 데뷔 싱글인 ‘New love’를 필두로 최근 엄청난 기세로 UK 차트 1위에 올랐던 ‘New rules’까지, 근 2년간 ‘두아 리파’가 보여준 행보는 일시적인 현상으로 보기엔 뿌리가 제법 단단하다. 단계적으로 인지도를 쌓은 그가 앞으로 차세대 팝 디바의 한 축을 담당하리라는 예측에는 분명 핍진성이 담겨있다.
자신의 이름을 내건 < Dua Lipa >에는 신인답지 않은 독단적인 아우라가 앨범 전체에 깊게 박혀있다. 자전적 경험을 바탕으로 쓴 자작곡들을 ‘다크 팝(Dark pop)’으로 내걸고(고스 풍의 음악과는 다른 고유의 표현)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가감 없이 표출했다. 그 이야기는 철저히 자기중심적인 사고로 표현됐지만, 아집을 뚫고 나온 강력한 카리스마는 그의 주장에 설득력을 부여해 기가 막힌 공감을 이끌었다.
자신의 스탠스를 잃지 않으면서 앨범의 집중력을 동시에 만족하는 지점은 바로 템포 조절에 있다. 트랙과 트랙 간의 큰 변화 없는 완만한 진행은 별도의 페이드인, 페이드 아웃 기능을 사용하지 않아도 부드러운 연결성을 부여한다. 낮게 깔린 베이스가 특징인 댄스 팝 ‘Blow your mind’를 정중앙에 배치해도 모나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전후 트랙인 ‘IDGAF’, ‘Garden’이 가진 차분함이 곡이 가진 넘치는 에너지를 충분히 상쇄하기 때문이다.
쿵쾅거리는 트랙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는 건 목소리다. 일찍이 매 앨범 콘셉트를 독특하게 변주하는 ‘넬리 퍼타도(Nelly Furtado)’를 우상으로 삼아 곧잘 노래해 왔기 때문인지 다양한 장르를 매끈하게 소화했다. 댄서블한 일렉트로 팝 ‘Lost in your light’에서는 두아 리파가 가진 허스키 보이스와 아름다운 미성을 지닌 ‘미구엘(Miguel)’과의 기묘한 조화가 쾌감을 극대화 한다. ‘Homesick’은 콜드플레이의 크리스 마틴과 호흡을 맞춘 곡으로 서정적인 피아노 반주와 두 사람의 목소리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출중한 실력을 갖춘 신인이 주목을 받고 스타로 성장하는 건 개연성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어떤 음악을 들었고, 유년 시절의 환경은 어떠하며, 무엇에 큰 영향을 받았는지는 위 문장만으로 설명하기엔 한없이 부족하다. 완곡어법과 은유와는 거리가 먼 도전적인 가사, 트렌디와 특유의 어두움이 접점을 이룬 자기만의 음악 스타일은 결코 성장 배경과 같은 외부적인 요인을 제쳐두고 설명하기 어려운 지점에 있다. 바로 이점이 다른 가수들과 두아 리파를 구분 짓는 ‘진솔함’이고 < Dua Lipa >는 단순한 허세가 아닌 핍진성이 담긴 진정한 포트폴리오인 셈이다.
-수록곡-
1. Genesis
2. Lost In Your Light (Feat. Miguel) [추천]
3. Hotter Than Hell [추천]
4. Be The One
5. IDGAF
6. Blow Your Mind (Mwah) [추천]
7. Garden
8. No Goodbyes
9. Thinking 'Bout You
10. New Rules [추천]
11. Begging
12. Homesick [추천]
13. Dreams
14. Room For 2
15. New Love [추천]
16. Bad Together
17. Last Dance [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