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Radical Optimism
두아 리파(Dua Lipa)
2024

by 이승원

2024.05.01

작품의 위대함이 작가를 짓누른 모양이다. < Radical Optimism >의 두아 리파가 꾀한 작가로서의 독립은 현재로선 실패다. 팝의 진화를 이끈 두 남자 대니 엘 할(Danny L Harle)과 테임 임팔라의 도움도, 변혁의 의지를 강하게 드러낸 두아 리파 자신도 결국 디스코 리바이벌의 완벽한 이상향 < Future Nostalgia >의 거대한 굴레를 이겨내지 못했다.


특별히 매력이 부족한 작품은 아니다. 완성도 높은 사운드가 귀를 부드럽게 자극하고 테임 임팔라의 사이키델릭 팝이 깃든 리드 싱글 ‘Houdini’의 흡인력도 굉장하다. 발상과 표현의 연결도 흥미롭다. 레이브(Rave) 문화의 영향을 받았다는 아티스트의 언급처럼 기존의 디스코를 잔뜩 걷어내고 그 자리를 현란한 사이키델리아와 하우스, 유럽풍 질료로 채우면서 전작 < Future Nostalgia >의 디스코 파티 이후 펼쳐지는 애프터 파티의 형상을 직접적으로 묘사한다. 곳곳에 스며든 프렌치 터치(French touch)부터 감각적인 발레아릭 비트(Balearic beat)까지, 다양하고 흥미로운 선택에서 아티스트의 열띤 탐구열과 깊었을 고심도 드러난다.


허나 복잡했을 심경 때문일까, 소리의 명료함은 현저히 부족하다. 변화를 위해 가동한 여러 시도가 대부분 불발에 그치면서 ‘Houdini’ 정도의 막대한 중력도 감당하지 못할 만큼 흐릿한 연기만을 남긴다.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는 모습에 ‘Training season’, ‘These walls’ 등에 깃든 아바(ABBA)식 유로팝 향취도 쉽게 퇴색되고 대니 엘 할의 손때가 진하게 남은 ‘French exit’은 캐롤라인 폴라첵의 부재로 특유의 음산한 감흥을 상실한다. 리나 사와야마식 아레나 록이 연상되는 ‘Falling forever’도 마찬가지, 그토록 여유 넘치던 두아 리파의 보컬도 결국 힘에 부치는 모양새다. 리듬감마저 결여된 후반부 ‘Anything for love’, ‘Maria’는 배치 자체가 의문으로 다가오기도, 모두 “달라야 한다”는 집착이 빚어낸 결과다.


역설적이게도 바로 이 집착 덕에 < Radical Optimism >은 끝내 낙관적인 뒷맛을 남긴다. 방향성의 부재로 창작력이 만개하지 못했다는 인상이 남을 뿐,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두아 리파의 예술가적 열의가 이후 행보를 더욱 궁금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현재는 정처 없는 표류에 불과하지만 훗날 거대한 항해의 일부로 관측되리라는 '급진적 낙관주의'도 어색하지 않은 작품인 셈이다.


-수록곡-

1. End of an era

2. Houdini [추천]

3. Training season [추천]

4. These walls

5. Whatcha doing [추천]

6. French exit

7. Illusion [추천]

8. Falling forever

9. Anything for love

10. Maria

11. Happy for you

이승원(ibgalatea1163@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