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This Christmas – Winter Is Coming
태연
2017

by 정유나

2017.12.01

태연은 여러 얼굴을 가졌다. 소녀시대 안에서는 화려하고 단단해 보여도 솔로로 활동할 때는 한없이 감성적이고 유려해지는 차이도 특별하다. 모두가 밝은 크리스마스이지만 태연은 앨범 자켓을 검게 채운다. 이 음반은 차임벨과 간질거리는 멜로디로 꾸민 캐럴들처럼 이유 없이 설레는 연말 기분을 공략하지 않는다.

태티서가 화려한 크리스마스 앨범을 남겼다면 태연은 조용하고 정갈한 선율로 채운다. ‘This christmas’와 ‘Christmas without you’ 속 크리스마스는 누군가 떠나고 혼자 맞이한 순간을 담는다. 차분히 부르다가도 공기를 머금어 살짝 까끌까끌한 그의 가창이 무척 가까이 놓여있다. 적은 악기로 간소하게 구성해낸 ‘겨울나무’ 같은 노래도 계절의 온도를 품고 있다. 발라드 곡이 모두 비슷한 분위기를 가졌다는 한계가 있지만 홀로 채웠음에도 공백이 느껴지진 않는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곡들도 자리한다. 뮤지컬 식 전개의 'Let it snow'는 혼자서도 소녀시대의 'Holiday'의 화사함을 구현하고, 아이돌과의 작업마다 좋은 곡으로 흔적을 새겨온 황현은 ‘Candy cane'에서 발랄한 노랫말을 적어줬다. 복고적이고 연출된 장식들을 걷어내 지난 태티서 음반보다 익숙하고 듣기에도 담백하다. 분위기 환기를 위해 들어갔을 '쉿'은 다른 수록곡과의 조합이나 태연의 보컬과도 어울리지 못한다.

부서지듯 달려가는 ‘I’나 ‘why’에서 태연은 화려하고 멋진 얼굴로 노래한다. 가장 반짝이는 아이돌의 모습을 가졌지만 ‘Make me love you', ‘11:11’ 등 최근 곡으로 갈수록 고요함을 지향하는 그의 민낯이 노래에 녹아있다. < My Voice >와 < I > 제목도 스스로를 향해 있다. 이 앨범에서도 차분히 젖어드는 노랫말, 그러다 가끔 기분이 좋아 흥얼대는 멜로디가 가수와 꼭 닮은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그려낸다.

-수록곡-
1. The magic of christmas time
2. This christmas [추천]
3. Let it snow
4. Candy cane [추천]
5. Christmas without you [추천]
6. 쉿 (Shhhh)
7. 겨울나무 (I`m all ears)
8. This christmas (Inst.)
정유나(enter_cruise@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