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연의 이미지를 논할 때 꾸준히 테일러 스위프트나 아리아나 그란데 같은 팝 가수의 잔상이 언급되는 것은, 적어도 몇 가지 이유가 있겠다. 인상을 나열하면 떠오르는 시원한 가창 소유자나 독자적인 보컬리스트, 그리고 다양한 콘셉트를 소화하는 만능 엔터테이너의 면모. 여러 페르소나를 겸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선행된 아티스트들의 기시감이겠지만, 물론 그 기저에는 트렌디함을 추구하며 유행하는 팝 흐름을 즉각으로 반영한 SM 프로덕션이 있었다.
'Happy'는 분명 그간 태연이 구가해온 스타일과는 결이 다른 곡이다. 발라드긴 하나 상당히 서구적인 사운드스케이프를 띠고 있으며, 히트곡 'I'나 'Why'처럼 내지르는 포인트 지점은 전무하고 '사계 (Four seasons)'와 같은 전형적 기승전결을 따르지 않는다. 마치 최근 발매된 테일러 스위프트의 'Lover'의 전달 방식과 비슷하다. 천천히 쌓아 올려 코러스로 터트리는 방식보다는 곡 전반에 깔린 일관된 감정을 유도하는 방식. 소위 곡 전체를 하이라이트로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하다.
예전 곡들에 비해 훨씬 본격적으로 팝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어느 정도 친절한 동기화를 거친 덕에 변화에 대한 부담이 덜하게 느껴진다. 작중 두근거림을 표현한 브라스 진행이나, 편한 기조에 걸맞은 노랫말 등 상당히 직설적이고 투박한 표현법이 익숙한 '케이팝' 데이터를 전송하는 셈이다. 낯선 방식으로도 음원 사이트 정상을 차지했다는 점에 의의가 있다. 태연의 이름이 아니었다면 성공하기 힘든 곡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태연이기에 소화할 수 있었던 곡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