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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tter To Myself
태연
2024

by 정기엽

2024.12.24

태연은 자아를 위한 지지대를 음악으로 건설한다. 타자를 위한 응원에 집중하는 소녀시대의 노랫말과는 상반된 방향성이다. 솔로 커리어 전체가 액자처럼 당시 태연의 마음을 전시한다. 앨범 발매 당일 라이브 방송에서 ‘흔들릴 때 나를 잡아주는 것’을 묻는 질문에 “나 스스로가 잡고, 나 스스로가 흔든다”고 한 답변이 그의 심리에 대한 힌트다. 이 질의가 고스란히 음반에 담겨 현재의 태연을 밴드 사운드와 알앤비로 표현한다.


‘Letter to myself’는 두 곡의 속편으로 제 역할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 ‘To. X’의 X를 지우고 그 자리에 자신을 적으며 ‘내게 들려주고 싶은 말’과 같은 주제를 다르게 풀어 보다 견고해진 마음을 드러낸다. 전작에서 담담하게 뜻을 읊었다면 이번에는 팝 록 사운드 아래 거침없이 맴도는 말을 뱉는다. ‘Hot mess’와 인디 듀오 스웨덴세탁소가 작사한 ‘Blur’ 등도 유사한 장르로 음반의 결속을 돕는다. 그중에서도 끈끈한 연결성을 단단히 묶어두는 건 단연 태연의 힘 있는 가창이다.


뛰어난 노래 실력에 더불어 계절감에 어울려 빛나는 ‘Strangers’와 ‘Disaster’는 괄목할 만한 성과다. 각각 알앤비와 팝 록으로 ’11:11’, ‘Can’t control myself’ 등 대중이 기억하는 태연에 가장 근접하다. 공통점으로 그가 가진 높은 표현력이 발현되는 우수한 곡이다. 먹먹한 정서를 더 젖어들게 만들고 지친 한숨을 생명력 띈 입김으로 탈바꿈시키는 재능. 17년을 보컬리스트로 자리매김하게 만든 역량이다.


이렇듯 손색없는 곡의 모음이지만 < Purpose >, < INVU > 같은 정규작에 비해 무난한 앨범인 것도 사실이다. < What Do I Call You >부터 덜어낸 힘이 지금까지 공석이다. 다채로운 장르를 오가던 초기에 비해 세 장의 EP가 나란히 비슷한 향기를 공유하는 최근 활동은 확실히 재미가 덜하다. 커다란 이름값에 걸린 기대치를 떨어트리지는 않더라도 높일 만한 작업은 아니다.


태연은 싱어송라이터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던 진정성을 작곡가가 아님에도 가졌다. 꼭 직접 풀어내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지난 9년의 활동으로 증명했다. 제아무리 훌륭한 영화를 본들 관객은 감독의 의도만을 따르지는 않는다. 심금을 울리는 데는 배우의 연기력이 꼭 동반하기 마련, 배우 또한 한 명의 창작자다. 자신의 색깔로 재구성한 진심으로 태연은 늘 선명한 명장면을 남긴다.


-수록곡-

1. Lettter to myself [추천]

2. Hot mess

3. Blue eyes

4. Strangers [추천]

5. Blur

6. Disaster [추천]

정기엽(gy247@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