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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 X
태연
2023

by 한성현

2023.12.01

이러나 저러나 가수로서 태연의 능력에 의문을 가지기란 힘들다. 단순히 고음의 출력 같은 단편적인 요소에 그치지 않고 곡 전반에 걸쳐 보컬을 통솔하는 솜씨를 겸비한 인물이다. 이런 출중한 하드웨어를 적극 사용하겠다는 듯이 한동안 그의 디스코그래피가 팝스타의 아우라를 이식하는 데에 주력한 것과 달리 이번 신곡 ‘To. X’는 다층적인 페르소나를 모두 내려놓는다. 적절한 시기에 택한 숨고르기의 순간이다.


히트 싱글 '11:11'을 염세적인 정서로 비튼 듯한 기타 루프 위에서 박자를 밀고 당기는 보컬만을 두고 에너지를 최대한 뺀 채 흘러간다. 확고한 지향점은 일상 언어를 음악으로 치환하는 가수의 역량을 선명하게 포착하지만, 힘이 확 꺾인 채 겉도는 후반부 고음과 텁텁한 믹싱 등의 허점도 동시에 노출하고 만다. 물론 기존에도 ‘Something new’처럼 불친절한 모험을 이따금 감행한 뮤지션인 만큼 그의 발길에 위태로움이 끼어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 충분한 자신감을 가진 사람이기에 낼 수 있는 곡.

한성현(hansh9906@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