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n001
(Rain)
2002

by 이민희

2002.06.01

신인의 승패를 결정하는 요인은 데뷔한 가수 개인의 실력이라기보단, 조력자의 재능이나 인지도에 달려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첫 번째 앨범 <n001>를 발표한 신인가수 비도 스스로가 가진 스타적 소질보다는 소위 '뒤를 봐준' 박진영의 무게감으로 승승장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신인치고는 대단히 융숭한 대접이다. 박진영은 물론이거니와(열한 곡 가운데 무려 아홉 곡에 참여했다) 방시혁, 유건형, 심지어는 god의 대니안까지 작곡가로 포진해 있으며, '너처럼'에는 SES의 바다가 작곡 작사 및 듀엣 보컬로 참여해 곡의 질감을 높이고 있다. 캐스팅 측면에서 보자면, 비는 보기 드문 호기를 잡은 신인가수이다.

그러나 과연 참여 뮤지션의 화려함만으로 앨범의 완성도를 확신할 수 있을까. 일단 가수의 실력부터 짚어보자. 단순히 목에 힘만 주고 노래하는 것을 두고 뛰어난 가창이라 할 수 있을까? '익숙치 않아서'와 '너처럼'을 뺀 대부분의 트랙이, 가창력이 돋보이지 않는 같은 패턴의 댄스로 일관하고 있으며, '왜?'의 숨가쁜 래핑은 god의 그것을 답습한다. 또한 후반으로 갈수록 정통 흑인 스타일을 추구하고 있으나, 이는 비 개인의 재능이라기보다는, 전적으로 피처링에 참여한 수많은 뮤지션의 공이다.

비의 데뷔 앨범 <n1000>은 박진영이라는 보증수표를 챙긴 안전한 앨범이다. 앨범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유명인사(?)를 기용했다고 하기보단, 신인가수 홍보용으로, 그저 그런 음악에 박진영을 포장지 삼아 그를 이용했다 짐작하는 것은 억측일까. 그게 아니라면(즉, 이용'당'한 게 아니라면), 박진영이 그간 키워온 가수보다 다소 매력 없는 비를 택한 것은, '내 손길이 닿는 앨범이면 모두 성공한다'는 과대망상 탓일까? 다작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닐텐데.

-수록곡-
1. 雨
2. 나쁜 남자
3. 악수
4. 나
5. 익숙치 않아서
6. Baby Baby
7. 안녕이란 말대신
8. 너처럼 (Featuring 바다)
9. 나론 안되니 (Featuring 후니훈, 허인창)
10. 왜
11. What
이민희(shamchi@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