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스타(Big Star)는 더 이상 우연의 산물이 아니다. 경쟁 치열한 이 시장은 성공을 위해 엄격한 선별과 철저한 기획을 요구하고 있고, 정지훈이라는 본명은 이미 별 의미가 없어진 지 오래인 만능 엔터테이너 '비' 역시 1집에서부터 '예고된 빅 스타'였다. 물론 그것이 '프로듀서 박진영'이라는 보증수표 때문이라고 사람들은 수군거렸지만.
비는 1집을 선보이면서 '나쁜 남자'와 '안녕이라는 말 대신'으로 막대한 팬들을 확보하면서 그의 미래 지향적인 이미지를 필요로 하는 숱한 기업들의 CF를 점령했고, 웬만한 연기력이과 인기가 아니고는 힘들다는 미니시리즈의 주인공을 꿰차기도 했다. 비가 이렇게 쌓아온 그만의 독특한 이미지와 의외의 선전으로 기억되는 연기력은, 인기리에 방영되는 드라마 '상두야 학교가자'가 한참 상종가를 달리고 있을 무렵, 2집을 들고 나와 본업인 가수에 전념한다는 발표가 얄밉기는커녕 고맙기만 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지금껏 가수 비를 대표하는 것은 역시나 춤이다. 1집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물론, 그가 학창시절 내내 춤을 추기를 좋아했고 춤으로 오디션에 선발되고 백 댄서를 거치고 나서야 가수 '비'가 될 수 있었던 그의 행보도 고스란히 그것을 반영한다. 하지만 이번 2집에서는 이 '비쥬얼 가수'가 나름의 필살을 거쳤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왠지 의심나는 가창력'과 '박진영표'를 무엇보다도 본인이 떼어 버리고 싶었을 것이다.
앨범과 동명 타이틀 곡 '태양을 피하는 방법'은 얼마 전 새 앨범을 낸 스팅(Sting)의 'Shape Of My Heart'를 샘플링한 곡으로도 주목받고 있으며, 기타 선율과 애절한 목소리 그리고 중의적인 가사가 돋보이는 곡이다. 한나의 피처링이 귀에 남는 '난 또 니가 좋은거야', '내가 유명해지니 좋니' 이 두 곡도 귀담아 들어 볼만 하다. 특히 '내가 유명해지니 좋니'는 기존의 가요에서 찾아보기 힘든 비트가 매우 신선하며, 그 비트를 맛깔 나게 소화해낸 비의 역량도 엿볼 수 있다. '왜 하필'은 R&B와 팝을 결합한 멜로디와 다른 곡들과 전혀 다른 목소리와 창법이 매력으로 발산하고 있다. 베스트셀러였던 동명의 책 제목을 가사로 활용한 곡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는 피처링 싱어와의 주고받는 대사로 흥미를 유발하여 대중의 공감을 호소한다. 비는 히트넘버 '안녕이란 말 대신'을 펑키 힙합(Funky Hip Hop) 리믹스로 재 수록함으로써 기존 팬의 사랑을 상기하기도 했다.
비는 아직은 '박진영'의 비이지만, 이제 더 이상 춤만 추는 가수는 아니다. 다음 앨범이 나올 즈음에는 그가 이번 앨범 가사에서 나오는 절절한 사랑을 해본 진짜 '남자'이기를 희망한다.
-수록곡-
1. 2003.10.16
2. 알면서
3. 난 또 니가 좋은거야
4. 왜 하필
5. 나에게 너는
6. 너마저
7. 내가 유명해지니 좋니
8. 태양을 피하는 방법 Gtr. Remix
9.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
10. 아쉬운 빈 공간
11. 안녕이란 말대신 Remix
12. 태양을 피하는 방법
13. 태양이 떠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