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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razy For You
이승기
2006

by 조이슬

2006.02.01

만능 엔터테이너 '현영'의 가수데뷔 곡은 이승기가 부른 '내 여자라니까'의 답가 형식이 될 '누나의 꿈'이라고 하니, 2004년 그가 뿌려놓은 '연상 신드롬'이 얼마였는지 짐작할 수 있을까. 이선희의 관조적 시선과 싸이의 음악적 재치가 결합한 1집은 이렇듯 '누나'들의 절대 지지를 받으며, 각종 차트와 신인상을 거머쥐었다. 그리고 2년 만에, '순수모드'에서 탈피한 그는 성숙한 목소리로 'Crazy for you' 라고 외치고 있다.

그 변화란, 한마디로 말해 '억지스러움'이 거세된 '부드러움'이다. 아직 어렸던 이승기는 '어린 나이'를 마음껏 이용(?)해 가요계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지만, 이것은 뮤지션으로의 도약에 있어서는 전혀 도움이 돼주질 못했다. 오히려 목을 긁는 듯한 창법(물론 록 밴드로 활동한 그의 이력이 반영된 탓이지만)은 가끔 나이와 목소리 사이의 괴리감을 주며, 어색하게만 느껴질 뿐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아주 솔직하게 노래하고 있다. 목소리부터 그렇다.

이는 작곡가 김도훈의 손을 거친 타이틀 곡 '하기 힘든 말'에 모두 집약되어 있다. 우선, 앞부분의 보컬부터가 애쓴 흔적이 나타난다. '내 여자라니까'를 부른 동일인임을 선뜻 인정하기 어려울 정도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로 시작해 힘차게 뻗어나가는 고음처리는 2년도 채 안되는 짧은 시간의 훈련을 짐작하게 한다.

가사도 마찬가지. 더 이상 '누나'의 사랑을 무작정 갈구하지 않고, "사랑한 기억도 고마운 기억도 모두 잊길 바래 ... 미안해 하지마 후회 하지마 나보다 그가 훨씬 더 잘해 줄거야"('하기 힘든 말')라며 어느덧 덤덤하게 이별을 맞고, 쿨(?)하게 보낼 줄 아는 성장한 '청년'의 이미지를 담아내고 있다. 타이틀 곡 뿐만 아니라, 이어지는 발라드 넘버 '외쳐본다', '입모양', '그래서 어쩌라고'까지 모두 '하기 힘든 말' 못지않은 양질의 트랙이다.

고등학교 때 록 밴드로 활동한 경력이 있는 이승기는 후반부에 '록'성향의 곡들을 대폭 배치함으로써, 애착을 드러내고 있다. 데뷔작에서 '음악 시간', '아버지'와 같은 곡들에서 잠시 들려주기도 한 록의 정서를 'Paradise', 'Crazy for you', 'Beautiful girl'등에서 좀더 깊어지고 정제된 사운드로 들려주는데, 특히 'Paradise', '첫 키스'등의 모던 록 넘버에서는 이승기의 또 다른 보컬의 가능성을 제시하는 터닝 포인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그의 이런 편안해진 창법의 중심에는 프로듀서이자 음악 선생님인 이선희가 있다. 그녀는 "가수가 꾸밈없이 노래에 진심을 담아 부르면 인정을 받는다."고 말하며, 노래의 테크닉보다 '진실'로 부르기를 주문했다고 한다. 이 앨범은 그것을 잘 받아들인 '성장의 보고서'다. 막 스무 살을 넘긴 가수의 두 번째 앨범이라는 것을 전제하면 평가받을 만하다.

'성숙'이라는 단어를 사용해도 좋을 앨범이다. 적어도 '여자라니까'의 이승기는 아니다. 다만 그 이미지를 강하게 기억하는, 그래서 조금은 실망한 사람이 문제다. 그들은 애시 당초 이승기의 2집에 기대를 품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들도 막상 들으면 '어, 이거 봐라'할 것이다. 그의 키가 자라듯, 목소리도 자랐다. 그래서 그 변화가 담백하게 가슴에 와 닿는다. 역시 가수는 이렇듯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수록곡-
1. 하기 힘든 말 (작사 : 최갑원, 김도훈 / 작곡 : 김도훈)
2. 외쳐본다 (전해성 / 전해성)
3. 입 모양 (최갑원 / 김도훈)
4. 그래서 어쩌라고 (김진환 / 김진환)
5. 가면 (양정승 / 권진영)
6. 그럴까봐 (권진영, 최갑원 / 김미선)
7. 한번만 (전해성 / 전해성)
8. Paradise (최갑원 / koa태성 / koa태성)
9. Crazy for you ( koa태성 / koa태성)
10. Beautiful girl (이원근 / koa태성)
11. 사랑을 지우다 (정은경 / 박세준)
12. 첫키스 (최갑원 / koa태성)
13. 오늘 같은 밤 (전해성 / 전해성)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