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나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국민 남동생 이승기, 성숙해진 남자의 모습으로 돌아오다'... 질리도록 떠다니던 카피다. 과연 이승기는 성숙, 혹은 성장했는가. 대답은 '그렇다' 이다. 하지만 음악은?
2006년에 첫 번째 리메이크 앨범인 <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를 발표했을 땐 우리나라 대표 여성가수들의 러브테마만을 모았다는 그럴싸한 이야깃거리가 있었다. 2년이 지나고 이어 발표한 < 남자가 여자를 사랑할 때 Vol.2 > 는 국내에서, 특히나 남녀를 불문하고 다양한 층의 지지를 쉬이 받았던 남자 가수들의 곡으로 채워졌는데 이 선택에서 치명적 핸디캡이 작동한 듯하다.
원곡의 작곡자들이 직접 앨범작업에 참여해 원조의 느낌을 최대한 살렸다고는 하나 앨범 전곡에서 드러나는 이승기의 감성은 지나친 통일성으로 편곡마저 흩뜨려 놓는다. 오히려 원년멤버의 개입으로 앨범전체가 원곡 따라잡기에 가까워졌다.
다시 한 번 들자면, 첫 리메이크 앨범이 가진 흥미점을 이번 앨범에서는 찾기 힘들다. 곡마다의 특징을 잡지 못한 탓인지 모든 곡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한 것인지도 애매하거니와 (누군가는 후자로 느끼길 바라겠지만 안타깝게도 그러기엔 눈을 덜 가렸다) '동경',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에서는 안타까움이 아쉬움을 넘어섰다. 타이틀인 '다 줄꺼야' 와 '이별의 그늘' 등 비교적 무난한 흐름의 곡에게 입혀진 세련된 현악 오케스트레이션을 비중에 두고 듣자면 굿 발라드이지만 그 정도로는 굳이 이승기여야 하는 명분을 채우긴 역부족이다.
노래방 애창곡 모음집으로 전락할 뻔 했던 이 앨범을 한 단계 끌어올린 건 이승기가 가진 고운 목소리 덕이지만 그 효과도 식을 날이 멀지 않았다. 이젠 기다리는 누나들의 품으로 돌아가야 할 때. 우려먹기로 시간을 보내기엔 아까운 실력을 보여주길 기대해본다.
-수록곡-
1. 다 줄꺼야 (작사: 조규만 / 작곡: 조규만)
2. 이별의 그늘 (작사: 박주연 / 작곡: 윤상)
3. 미련한 사랑 (작사: 박창학 / 작곡: 이병훈)
4. 나를 슬프게 하는 사람들 (작사: 강은경 / 작곡: 이경섭)
5. 동경 (작사: 김동률 / 작곡: 김동률)
6. 추억속의 그대 (작사: 윤상 / 작곡: 윤상)
7. 잘가요 (작사: 채정은 / 작곡: 유해준)
8. 하나의 사랑 (작사: 조은희 / 작곡: 김지환)
9. 긴 하루 (작사: 전해성 / 작곡: 전해성)
10. 너의 뒤에서 (작사: 박진영 / 작곡: 김형석)
11. 암연 (작사: 고한우 / 작곡: 고한우)
12. 너의 곁으로 (작사: 하광훈 / 작곡: 하광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