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의 약진은 1집의 센세이션이라는 거대한 무게를 지탱할 수 있었다. '누나'를 찾던 치기어림도 어딘지 정돈되지 않았던 거친 톤도 전작에서는 낯설 만큼 차분했다. 타이틀곡이었던 '하기 힘든 말'의 이런 변화는 '내 여자라니까'의 구획을 넘어서려는 의지였고, 다행히 그의 외침은 평이하지만 대중의 보편적 감성에의 호소라는 정공법에 정확히 들어맞았다.
어느 정도의 성과를 보여준 것에서 이제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기 위함일까. <이별 이야기>는 그 타이틀이 상정하듯, 현악이 주도하는 애절함과 비애의 정서, 더 깊고 농도가 짙은 발라드를 음미한다. 'Smile boy'를 제외한다면 언제나 애정을 품어왔던 록에 대한 접근도 자제했다. '슬픈 발라드'라는 일관된 컨셉하에 곡들이 정렬되어 있는 것이다. 예전과 변함없는 대중성의 확보, 또는 '좋은 발라드'를 들려주어야 한다는 강박은 '조영수', '안영민', '황성제', 서정적 선율로 우리나라 감성을 정확히 꿰뚫었던 '눈의 꽃'을 작곡한 일본 작곡 팀의 '필승카드'를 내놓음으로써 절박하게 드러난다.
이런 컨셉 앨범의 정서를 대변하기 위해 선택한 타이틀 곡은 '착한 거짓말'이다. 이승기는 여전히 믿음직스럽게 노래하고 빈틈없는 사운드는 탄탄한 밀도를 자랑하지만 왠지 선율이 친근하게 감기지 않는다. '비련의 주인공'의 이미지와 하나같이 슬프게 엮인 음표들은 단 하나의 '과녁(이별 발라드)'을 향해 내달릴 뿐, 곡 자체에서 주는 임팩트가 약한 탓이다. 대동소이한 곡들은 앨범 전체에서의 맥없는 분위기를 이어가고 있고, 그렇다고 싱글만으로 승부를 보기에는 흡인력이 부족하다는 얘기다.
때로는 자미로콰이(Jamiroquai)의 'Virtual insanity'의 노골적인 오마주 '미치도록', 사뿐한 팝 감성 충만한 '해피엔딩', 박력 넘치는 'Smile boy'등으로 약간의 분위기 변신을 꾀하지만 앨범 전체의 정적인 흐름에는 큰 진전을 가져다주지 못한다. 오히려 곡의 절정부분에서의 독특한 전개방식이 인상적인 '투정', 플루트와 스트링의 조화, 코러스와 편곡의 질감이 좋은 수작 '잘못'이 타이틀 곡으로는 더 어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특히, '투정'에서의 그의 능란한 음색 조절은 이 곡의 아름다운 선율과 처연함을 정확히 이해하고 부른데서 획득했다.
분명 노래를 제대로 하려는 인기 가수들에게 스타 작곡가들은 어떤 하나의 특권이 되어줄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데자뷰를 가진 멜로디, 똑같이 흘러가는 선율이라는 비판도 함께 안을 수밖에 없다. '그랬나요', '온도', '투정'과 같은 곡에서 시종 안정된 호흡과 톤으로 곡을 잘 살리던 그의 보컬이 미드 템포 발라드 '왜...가니'에서만큼은 그리 편하게 들리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한 인터뷰에서 '이승기가 부르면 다르더라'라는 평을 듣고 싶다던 그의 바람은 지겹도록 재생해오던 작법과 '소몰이 군단'들의 그 형식적 스타일에서 벗어나고 있지 못하다.
결국 <이별 이야기>는 '이별'이라는 관점은 정확히 짚어냈지만 그 탓에 곡마다의 개성은 힘들게 그 컨셉만을 좇고 있고, 앨범의 이미지는 일관되게 흐르고 있지만 제대로의 '한 방'이 필요한 악센트를 잃었다. 1집은 나름대로의 번쩍이는 '재치'가 있었고 2집은 모든 걸 비우고 처음부터 다듬으려는 '완성에의 노력'이 있었지만 3집에 내걸 캐치프레이즈는 잠시만 비워두어야 하지 않을까.
-수록곡-
1. 착한 거짓말 (작사: 안영민, 조영수 / 작곡: 조영수)
2. 투정 (안영민)
3. 왜... 가니 (강은경 / 조영수)
4. 그랬나요 (강은경 / Sato Atsushi)
5. 미치도록 (박상현 / 김현서)
6. 미안해하지 마요 (안영민 / 박덕상, 조영수)
7. 잘못 (조은희 / 황성제)
8. 온도 (윤사라 / Noi Yoji)
9. 해피엔딩 (윤사라 / 서재하)
10. Smile boy (안영민 / 조영수)
Produced by 조영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