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되돌리다
이승기
2012

by 홍혁의

2012.11.01

주류 가수와 인디 뮤지션의 콜라보레이션이 근래 들어 잦다. 미스에이의 수지와 브로콜리너마저의 덕원, 백아연과 에피톤 프로젝트, 포미닛과 칵스 등 단발적인 이벤트가 아닌 대세를 이루는 음악적 흐름이라 부를 만하다. 특히 스타 뮤지션의 입장에선 이제는 음악적인 안목까지 고려한다는 제스처를 심어줄 수 있고, 인디 뮤지션 또한 기존의 음악관을 손상시키지 않는 선에서 인지도 상승은 물론 한번쯤은 틀을 깨는 재미있는 작업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득이다. 이러한 손익계산이 맞아 떨어져 활발한 거래가 지금도 성사되고 있다.


이승기도 같은 흐름을 따른다. 발라드 장르의 특성상 댄스에 비해 트렌드에 휩쓸릴 여지는 적기에, 그는 대신 시기적절하게 20~30대 여성에게서 지지를 받는 작곡가들을 포섭하는 전략을 취했다. 조영수, 방시혁, 에코 브릿지를 거쳐 이번에는 에피톤 프로젝트에게 러브콜을 보냈다. 국민 남동생 이미지, 1박 2일의 이미지, 연기자의 이미지 등을 음악적으로 해소하려는 의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에 따른 사운드의 변화는 흥미롭다. 곡은 대체적으로 자극적인 양념을 뺀 체 자연스럽게 흐른다. 대표적인 클리셰인 오케스트레이션도 들릴듯 말듯 조연의 본분을 지키며, 반복되는 후렴구는 단출한 피아노를 기반으로 점증한다. 그동안 국내 발라드 장르에서 들어왔던 스케일의 과잉 탓에 밋밋하게 반응이 올 수 있을 정도다. 에피톤 프로젝트의 차세정은 자신의 단단한 선을 지킨 셈이다. 손쉽게 갈 수 있는 익숙한 길을 제쳐두고 작가의 궤적을 선택한 용기는 물론 이승기의 것이다.

홍혁의(hyukeui1@nat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