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범 이미지
Shadow
이승기
2009

by 성원호

2009.09.01

자, 공식질문 나갑니다. 이승기에게 음악이란?

정규 앨범 < Shadow >를 듣고 나니, 문득 모 프로그램에서 하듯 위와 같이 묻고 싶어졌다. 그는 한창 예능과 연기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번듯한 외모, 선한 이미지와 더불어 밉지 않은 행동까지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국민 남동생'이다.

하지만, 본업인 음악으로 돌아오면 그 이미지가 다소 약하다. 대중들의 기억에 박힌 곡을 꼽는다면 데뷔앨범에 수록되어 대한민국 온 누나들의 무릎 힘을 쏙 빼놨던 '내 여자라니까'가 거의 유일하다. 그렇다면 과연 이승기에게 음악은 무엇일까? 이번 앨범에선 그 답을 찾을 수 있을까?

어느덧 네 번째 작품이다. 무릇 가수에게 네 번째 작품이라고 한다면 창법이나 음악적인 스타일에서 어느 정도 깊이나 정체성이 묻어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승기의 신보에선 그런 점을 쉽게 발견할 수가 없다. 무엇보다 한 곡 한 곡 고민한 흔적이 느껴지지 않는다. 다만, 주어진 악보를 받아 부른 느낌만이 가득하다.

이승기는 제법 탄탄하고 든든한 창법을 통해 곡을 소화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가창력이 아닌 곡 자체에 있다. 앨범에 수록된 10곡이 모두 평범하고 무난하다. 귀에 쏙 들어와 박히는 킬링 트랙이 부재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앨범 타이틀 < Shadow >에 부합하는 이미지를 담았다거나 눈의 띄는 시도를 한 곡은 보이지 않는다.

첫 싱글 '우리 헤어지자'가 대표적인 곡. 대한민국 유명 작사, 작곡가인 김도훈, 이현승, 황성진과 주목받는 가수 이승기의 만남이라고 하기엔 내용물이 부실하다. '너를 너무 잘 알기에 헤어진다'는 상투적인 가사와 겉절이처럼 얹어진 스트링 연주까지 모두 각본대로 진행되는 덕에 감동을 주기보다는 건조하게 다가온다.

'내 여자라니까' 이후 5년 만에 싸이와 재회한 '면사포'도 마찬가지다. 파격적이고 신선한 가사를 통해 그 후 가요계에 수많은 '누나, 나만 봐라봐 송'을 양산하는 기폭제 역할을 했던 '내 여자라니까'와는 다르게 후속편인 '면사포'는 이승기의 현재 이미지와 부조화를 일으키며, '이제 면사포를 쓰세요, 남은 인생 나에게 쓰세요' 같은 가사에선 어색함만 가득 전한다.

정엽과 에코 브릿지(Eco Bridge)가 선사한 'Melody'나 '꽃처럼' 같은 곡에서 이승기의 목소리는 록의 분위기를 타고 뻗어 올라 제법 활기를 띄지만, 앨범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한 비중은 아니다. 모두 이승기가 아니더라도 소화 가능한 곡들로 채워져 있기에 '4집 가수 이승기'만의 고집이나 지향점을 찾을 수 없는 것이 가장 큰 약점이다.

어느덧 본업인 가수가 아닌 연기자나 예능인으로서의 이미지가 강해진 상황에서 이승기는 조금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 호감 이미지가 그의 대중적 인기를 높여줄 진 몰라도 가수로서의 커리어에 도움을 주지는 않는다. '이승기가 부르면 다르다'라는 평을 듣고 싶다던 그지만, 그런 평을 듣기엔 아직 많은 고비가 남아있다. 아티스트로서의 진지한 고민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수록곡-
1. 꽃처럼 (작사: 정엽 / 작곡: 정엽, Eco Bridge) [추천]
2. 면사포 (싸이 / 싸이, 유건형)
3. 우리헤어지자 (김도훈, 황성진 / 김도훈, 이현승)
4. MELODY (정엽 / 정엽, Eco Bridge) [추천]
5. 사랑이 맴돈다 (김도훈, 김기범)
6. 사랑이란 (E-Tribe)
7. 그렇게 알게 됐어 (송양하)
8. 널 원해 (송양하)
9. 단념 (송양하)
10. 오래오래오 (feat. AMEN) (김도훈, 박수종, Amen / 김도훈, 박수종)

프로듀서: 권진영, 이선희
성원호(dereksungh@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