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7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팬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등장한 자우림이 한창 노래를 부르고 있을 때 낚시용 간이 의자에 앉은 30대 초반의 남자는 모든 것을 달관한 것처럼 팔짱을 낀 채 이렇게 말했다. “자우림 노래는 감흥이 없어. 감흥이...”
그 남자가 내뱉은 이 한 마디가 자우림을 평가하는 절대 값은 아니지만 많은 사람들이 이 밴드를 어떻게 느끼고 생각하는지 알 수 있는 근사 값이 될 순 있다. 자우림의 열혈 팬들을 제외한 대중들에게 이렇게 인식된 데에는 자우림의 노래 자체보다는 멤버들의 자의식 강한 이미지가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이번 음반도 자우림의 의도적이고 의식적인 번외게임이 진행 중이다. 이들은 다른 사람들의 예측으로부터 벗어나는 것으로부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듯 하다. 이들은 '봤지? 우리는 다른 팀들과는 확실히 달라'를 슬로건으로 내세운 것 같다. 김윤아가 지난 6월에 결혼한 것이 자우림의 음악에 밝은 기운을 불어 넣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우울하고 비관적인 음악으로 2년의 공백을 채운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옛 사랑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Loving memory', 마초적인(?) 여성의 이미지를 구축한 김윤아가 사랑에 휘둘리는 연약한 여성의 심리를 들려주는 'You and me'와 'Beautiful girl' 등은 밴드의 지향 점을 교묘하게 가린 곡들이다. 그리고 '여기까지가 우리 둘의 인연이라 말하지만 그런 얘기 난 모르는 걸. 차가운 넌 정말 미운걸. 한번만, 한번만 더'라는 가사의 '6월 이야기'는 6월에 결혼한 김윤아에게 과연 무엇일까? 왜 솔직하게 음악을 하지 않는가?
과잉과 과용, 뻐김은 이번 음반에서 최고조를 이루고 있다. 김윤아의 보컬은 뮤지컬이 연상되고 음산한 분위기의 노래는 라디오헤드의 멤버들도 조차 너무 우울해서 신경안정제를 찾을 정도다. 언더그라운드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메인스트림에 진입한 자우림의 억지 우울과 공허한 깊이 탐구는 두터운 쌍꺼풀처럼 거북하다. 차라리 치기어리고 유치한 '하하하쏭'이 덜 부담스럽다. 그러면서도 대중들을 의식한 멜로디를 소유한 'You and me'는 구색 맞추기에 불과해 음반 내에서 홀로 겉돌고 있다.
팬타포트 록 페스티벌 무대에 오후 5시 경에 출연한 자우림의 기타리스트 이선규는 “외국 팀에 밀려서 우리가 이 시간에 출연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이 네 명은 자신들의 위치만 알고 주제는 모르는 것 같다. 이런 유아독존(唯我獨尊)이 안티 팬들이 끊이지 않는 이유라는 것을 자신들은 알까?
-수록곡-
1. Seoul blues (작사, 작곡/김윤아)
2. Loving memory (작사, 작곡/김윤아)
3. Jester song (작사, 작곡/김진만)
4. You and me (작사, 작곡/김윤아)
5. Summer slumber (작사, 작곡/이선규)
6. 죽은 자들의 무도회 (작사/김윤아, 작곡/김진만)
7. Beautiful girl (작사, 작곡/김윤아)
8. Over and over again I think of you (작사, 작곡/김윤아)
9. 6월 이야기 (작사, 작곡/김윤아)
10. 위로 (작사, 작곡/이선규)
11. Old man (작사/이선규, 김윤아, 작곡/이선규)
12. Blue devils (작사/김윤아, 작곡/김진만)
13. Good boy (작사, 작곡/이선규)
14. Oh. mama (작사, 작곡/김윤아)
15. 샤이닝 (작사, 작곡/김윤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