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陰謀論 (음모론)
자우림
2011

by 여인협

2011.09.01

이상한 일이다. 모처럼 세상의 이야기를 다루고자 야심차게 내놓은 작품이 정작 귀를 거친 후에는 기억에 남는 메시지가 없으니. (참고로, 소개 자료는 이번 8집을 '이름 모를 공모자들에 의해 숨겨진 세상의 몇 가지 이야기들'을 끄집어 풀어낸 음반이라 말하고 있다.) 그래서 몇 번을 다시 반복해서 들어보았다. 전하려는 바가 뒤늦게 조금씩 들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여전히 가슴을 두드리는 감흥은 없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

답은 간단하다. 메시지에 대한 동조나 시선에 대한 감탄이 아닌, 어느 때보다 변화무쌍한 음색과 카리스마로 공기를 지배하는 김윤아에 대한 감탄만이 남기 때문이다. 이 작품에서 그는 자신의 다양한 개성을 곡마다 강하게 드러낸다. 마치 노래를 위한 연기가 아니라 연기를 위해 노래를 부르는 듯하다는 느낌마저 줄 정도이니, 곡이 전하는 메시지가 그런 연출적 과장에 모두 묻혀버리고 마는 것이다.

작품의 콘셉트를 관통하는 노래들인 'EV1', 'Peep show'가 모두 그러하다. 그뿐이 아니다. 괜찮은 멜로디를 가졌고 편곡까지 매력적인 '피터의 노래'마저 연출된 보컬로 인해 불편하게 들리는 것은 김윤아의 판단 미스라고밖에는 설명이 되지 않는다. 세상에 대한 메시지를 전하는 앨범이기 때문에 목소리에 더욱 힘을 실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걸까.

추측컨대 최근의 김윤아는 그런 치장 많은 보컬이 무조건적으로 음악에 도움이 된다고 오해하는 것만 같다. 물론 필요한 부분에서 과장의 요소를 섞는다면 멋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만, ('나가수'에서의 모습을 포함한) 요즘의 김윤아를 보면 과장법을 '남용'하는 정도까지 온 것 같다는 인상마저 받게 된다. 왜 굳이 모든 곡에서 목소리를 꾸며서 노래하는 것인가. '봄날은 간다'를 부르던 김윤아는 어딜 가고, 목에 잔뜩 힘을 준 채 과장미에 취해있는 김윤아만 남아버린 것일까. 자우림이라는 밴드에 있을 때의 그는 꼭 '카리스마'라는 양날의 검을 여전사인 양 부여잡고 있어야만 하는 걸까. 그것이 순간의 감탄은 줄 수 있을지언정 감동은 전하지 못한다는 것을 그는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인가.

작게나마 위안을 얻는 트랙은 'from:me@iwaswrong.com to:you@aremy.net' 한 곡 뿐이다. 이 곡에서 김윤아는 불필요한 장식을 걷어내고 온전한 자신의 목소리로 모처럼 담백한 가창을 선보인다. ('곡이 좋아서'라는 이유보다도 '보컬이 좋아서' 위안을 얻는 트랙이라니. 글을 쓰면서도 개운치가 않다.)

흔히 자우림에 호감을 표하는 사람들은 그들을 팔색조에 비유한다. 다양한 장르에서 소스를 가져온 음악을 선보이는데다 보컬의 표현 방법 또한 변화무쌍하기 때문이다. 그 팔색조는 그러나,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건강한 새는 아닐지도 모르겠다는 것이 이번 앨범을 듣고 난 후 든 생각이다.

언제부턴가 자우림에는 김윤아만 보이고 밴드가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물론 그것마저 자우림의 스타일이라 말하는 이들도 있겠지만, 그것은 음악을 위해 밴드가 절제를 택했을 때의 이야기가 아니던가.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봐도, 앨범 부클릿 크레디트 란을 샅샅이 뒤져보며 다시 들어봐도 < 음모론 >은 그런 성격의 앨범은 아닌 것 같다. 메시지는 있는데 들리는 것은 적고, 밴드 앨범이긴 한데 솔로 앨범처럼 들리는 이상한 음반이다.

-수록곡-
1. Happy day
2. Idol
3. EV1
4. 꿈에
5. Peep show
6. Red rain
7. 혼자가 아니야
8. 답답
9. from:me@iwaswrong.com to:you@aremy.net [추천]
10. 피터의 노래 [추천]
11. Snowdrop
여인협(lunarianih@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