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eteora > 이후 4년의 시간이 흘렀고, 그 동안 음악계엔 많은 것이 바뀌었다. 뉴 메탈(Nu Metal)은 개러지 록 리바이벌(Garage Rock Revival)에 공격 받아 거의 자취를 감췄고, 이모 밴드들까지 등장하여 스트록스(The Strokes), 화이트 스트라입스(White Stripes) 등의 덜해진 인기를 대신하고 있다. 새로 등장한 이모 밴드들은 뉴 메탈과 마찬가지로 좌절한 틴에이저 정서를 다루는 음악이다. 그러나 똑같이 아픔, 분노를 다루는데도 더욱 감각적이고, 발랄하고, 상큼하다.
이렇게 바뀐 상황에서 린킨 파크가 록 팬들에게 어필할 가능성은 좀 더 희박해졌다. 그들의 녹음 기간 동안의 고민도 바로 이것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이제 뉴 메탈을 원하지 않고, 꼭 프로레슬링 같은 그 감성은 너무 촌스런 것이 되었다. 뉴 메탈은 더 이상 '하이브리드'라는 멋진 수식어도 동반하지 않으며, 심지어는 요즘의 젊은 세대와도 밀착해있지 않다. 롤링 스톤은 최근의 미국 틴에이저들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런지(Grunge)의 전성기 때는 너무 어렸고, 그 뒤로는 곧장 틴 팝의 세례를 받았기 때문에 '록 쇼(Rock Show)'를 경험한 적이 없다.” 이것이 바로 이모 밴드의 인기 요인이라는 요지. 린킨 파크의 음악은 쇼가 아니라 비장한 독백에 가깝다.
그룹은 고민 끝에 더 진지해지는 길을 택했다. 분노의 게이지를 낮추고, 사회/정치적인 문제들을 언급하기 시작했다. 첫 싱글 'What I've done'은 린킨 파크가 예전보다 부드러워졌음을 나타내며, 나아가 뉴 메탈 색깔까지 걷어버리려 함을 보여준다. 여기엔 심지어 랩도 빠졌다.
사회/정치적 언급은 'Hands held high', 'The little things give you away' 등에서 찾아볼 수 있다. 부시 정부, 이라크 전쟁, 뉴 올리언스 사태에 대한 암시들을 가사에서 읽을 수 있다. 현지 언론들(CNN, LA Times 등)은 린킨 파크가 사회적인 색깔을 드러냈다는 것을 주요 초점으로 다뤘으며, 일부에서는 반(反) 부시 앨범이라는 평가도 내렸다. < Minutes To Midnight >은 벌써 나이가 들어버린 린킨 파크가 이제 서서히 뒤를 돌아보고, 주변에 관심을 쏟기 시작했음을 알려주는 앨범이다.
사회/정치적인 측면의 부각은 좋다. 그러나 그룹의 새로운 방향엔 경쟁자가 너무 많다. 최근 몇 년간 미국 음악계엔 전쟁, 부시 정권에 반대하는 움직임들이 수없이 많아왔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재기 넘치는 방법론으로 세간의 찬사를 받았다. 그린 데이(Green Day)는 부시 정부를 'Idiot'으로 공격하며 장대한 록 오페라를 만들었고, 마이 케미컬 로맨스(My Chemical Romance)는 이것을 응용해 9/11 이후의 미국의 비명을 다뤘으며, 브루스 스프링스틴(Bruce Springsteen)은 포크 영웅 피트 시거(Pete Seeger)를 록 버전으로 부활시켰다.
그러나 린킨 파크의 신보엔 빛나는 기획도, 대단한 재기도 없다. 오히려 평범하며, 에너지까지 가라앉아버린 맥이 빠진 앨범을 내놓았다. 이래서는 부각되기도 힘들고, 평가 받기도 애매하다. 변화를 꾀하긴 했지만 새롭다는 느낌도 거의 들지 않는다. 'Leave out all the rest', 'What I've done' 같은 곡은 여전히 기타를 수직적으로 긁어대기만 하거나, 답답하게 팝적인 구성 안에만 갇혀있어 심심하게 들린다.
데뷔 7년이 지나서도 여전히 그 어색한 비장함을 지우지 못한 것도 문제다. 잔뜩 비장한 기운을 머금고 나오는 단선율 인트로, 여기에 마치 대단한 고뇌라도 짊어진 듯이 읊조리는 보컬. 'In the end'에서 보이던 이런 과도함이 앨범 곳곳에 여전히 묻어 있다. 'What I've done', 'Leave out all the rest', 'Hands held high' 등이 그렇다.
많은 사람들이 뉴 메탈이 죽었다고들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들을 대표하는 밴드가 내놓은 4년 만의 신보가 주는 실망감은 그 주장을 더 부추길만하다. 어떤 앨범들은 자신의 시대가 이미 끝났음을 증명하는 것으로만 남곤 한다. 린킨 파크의 새 앨범은 뉴 메탈 진영의 그것을 대변하는지도.
-수록곡-
1. Wake
2. Given up
3. Leave out all the rest
4. Bleed it out
5. Shadow of the day
6. What I've done
7. Hands held high
8. No more sorrow
9. Valentine's day
10. In between
11. In pieces
12. The little things give you aw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