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샘플을 쓰느냐에 따라 곡의 운명이 바뀐다. 나옴과 동시에 묻혀야 할 비극적 태생과 바로 양명할 축복받은 출생은 작금의 흑인 음악에서 확실히 갈린다. 여기에 대기만성형이란 거의 없다. 호바의 새 앨범 < American Gangster >에서 두 번째로 싱글 커트 된 본 노래도 샘플의 은혜로 삶을 얻었다. 아니었다면 그냥 돌아가실 명(命)이었다.
물론 이것을 어떻게 조리하는가도 관건이며 풀기 어려운 문제다. 아무런 매만짐 없이 원래의 것으로 바로 만들었다가는 사산 되고 만다. 그러한 면에서 디디(Diddy)와 그의 프로듀싱 팀은 정말 훌륭한 터치를 보여줬다. 그 작업 이전에 좋은 샘플을 채취한 것을 빼놓을 수 없겠지만. 곡에서 반복되는 브라스 섹션, 메나안 스트리트 밴드(The Menahan Street Band)의 'Make the road by walking'으로 힘을 입었다. 음악에, 제이 지의 어깨에 잔뜩 뽕이 들어가 있다. 원곡은 그리 강렬하지 못하다. 녹실녹실하다 못해 노곤하다. 심벌을 강하게 두드리면서 소리를 얇게 깔아 길게 남는 맛을 강조했으며 원래의 관악 연주에 편성을 더해 이중, 삼중으로 층을 냈다. 당연히 기력이 넘친다. 제이 지의 깔끔한 라임도 곡을 더욱 힘 있게 만들어주는 요소다. 가끔 스치듯 나오는 잔 부딪히는 효과음도 의외로 강한 인상을 남긴다.
좋은 건 여기까지다. 오랜만에 납셨으니 자기 자랑은 필수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까지 절대 쉼이 없다. 그래서 랩의 흐름이 부자연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냥 제이 지 스러운 가사에 최고급 신변잡기를 나열하는 것에 불과해 별다른 감동을 주지 못한다. 모처럼만에 외출을 감행한 어르신이 선물로 받은 전동 휠체어를 타고 신나게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