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지간히 듣기 거북했나보다. 빌보드 차트를 점령하던 오토튠(Auto-tune) 연대에 대한 사형 선고의 집행자는 아이러니하게도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힙합계의 거물 제이 지(Jay-Z)다. 실명을 거론하며 릴 웨인(Lil' Wayne), 티 페인(T-Pain)등 오토 튠 전성기의 최대 수혜자에 대해 거침없이 쓴소리를 내뱉는 가사는 제이 지이기에 가능한 발언이었고, 엄밀히 말하자면 그렇게 틀린 말도 아니다.
사운드에서 투영되는 외형적인 포즈도 언행일치의 미덕을 충실하게 따른다. 끈적끈적한 색소폰 세션과 싱코페이션의 감칠맛을 선사하는 재지(Jazzy)한 드럼 비트 앞에서 오토튠 사운드는 헬륨가스에 의해 왜곡된 목소리마냥 실소를 자아낼 뿐이다. 칼을 뽑아든 제이 지 역시 상대에 맞는 공략법을 꿰뚫고 있는 백전노장의 베테랑답게 불필요한 힘을 소모하지 않고 촌철살인의 레토릭을 구사한다. 곡의 후반부, 스팀(Steam)의 ‘Na na hey hey kiss him goodbye’를 차용한 송별사에서는 여유로움마저 느껴진다.
아무리 제이 지라도 오토튠의 물결을 막을 수는 없고, 그의 설교에 감화된 대속죄인이 회개의 기적을 실현할 가능성도 만무하다. 하지만 제이 지는 이번 기회에 부의 성공에 안주해버렸다는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했고, 아직도 랩 스킬의 측면에서 건재한 모습을 증명했다. 역시 연륜은 말뿐인 허울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