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지에 팬들에게 '새 앨범을 많이 기다리셨을 텐데, 여러분들을 위해서 대충 나올 수 없었죠'라고 말한 것처럼 박정현은 늘 고정 패턴을 벗어나 새로움을 건네기 위해 노력한다. 그 하면 떠오르는 곡 '꿈에' 이후로 체인지 드라이브는 더 가속화되었다. 우선 자신이 쓴 곡을 늘리고 5집 < On & On >부터 그랬듯이 프로듀싱 작업도 직접 지휘하고 있다. 이번 앨범의 프로듀서도 박정현 자신이다.
앨범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이러한 움직임은 가수에서 아티스토로의 비상을 담은 욕구의 표현이면서 동시에 어쩌면 '꿈에'가 가져온 소산이기도 했다. '꿈에'는 그에게 정점의 스타덤을 제공했지만 한편으로 족쇄로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사람들은 알앤비의 맛, 그리고 세차게 몰아치며 시범하는 환상의 고공비행 보컬 재능을 박정현의 '꿈에'로 만끽하고 양껏 소비했다. 박정현 입장에서는 다른 것을 보여줘야 했다.
이번 신보도 아직 그 연장선상에 있다. 고음역으로 솟구치는 보컬 스타일을 피하기 위해 무진 애를 썼다. 당연히 대충 나올 수는 없었던 거다. 박정현은 단순히 톤을 낮추는 것을 넘어 여기서 귀여움과 차분함이라는 새 이미지를 채택한다. 이 두 가지 느낌은 각각 황성제와 강현민(러브홀릭)이 맡았다. 황성제가 쓴 첫 곡 '치카치카'('일어나요 자기/...밥 먹어요 나의 사랑')는 귀여움이고 강현민이 작곡한 '만나러 가는 길'('그대여 우리 지금처럼 사랑해요/ 절대 아파할 일 만들지마요')은 차분함을 전한다. 'Sunday brunch'이나 '만져줘요'는 과거 '박정현다움'의 요소가 부분적으로 발견되긴 하지만 결코 막연한 재판은 아니다.
이전의 알앤비 박정현만을 기억하는 사람은 변화를 실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소기의 성과를 거두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타이틀곡으로 내건 '비밀'은 중간지점이다. 기존 박정현을 사랑하는 팬들을 위한 배려일 것 같다. 그보다는 앨범 제목 '널 사랑해라고 말하는 10가지 방법'으로 정한 것이 말해주듯 낱개에 승부를 걸지 않고 '아기자기하고 때로는 아스라한 사랑이야기'로 전체 내용에 통일을 기한 접근과 고심을 봐야 한다.
이 봄에 사랑의 설렘을 기대하고 연애의 쓰라림에 아파하는 젊음에게는 적절한 앨범이 될 것 같다. 듣는 기분이 괜찮다. 하지만 평범하다는 인상은 좀처럼 지워지지 않는다. 더 빛나는 곡들로 덮어야 했다. 또 하나 싱글과 EP가 범람하는 풍토라서 이해는 가지만 데뷔 10년을 넘긴 중견의 일곱 번째 독집을 고려할 때 수록곡 아홉은 조금 적다.
-수록곡-
1. 치키치카(작사 김진룡/ 작곡 황성제) [추천]
2. 청춘가련 리나박(강지훈, 박정현/ 황성제)
3. 나 같은 사람 너 같은 사람(박정현, 윤미래/ 박정현)
4. 만져줘요(심재희/ 김덕윤)
5. 비밀(윤사라/ 조영수) [추천]
6. Sunday brunch(김보아, 박정현/ 김현서)
7. 비가(박정현/ 박정현)
8. 사랑은 이런 게 아닌데(강현민/ 강현민)
9. 만나러 가는 길(강현민/ 강현민) [추천]
프로듀서: 박정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