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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 Me Vol. 1
박정현
2010

by 조이슬

2011.01.01

톤 다운을 지향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거대한 규모의 곡 구성과 오케스트라에 올인한 4, 5집 이후 발표한 싱글 '위태로운 이야기'에서도 확실히 한 톤 낮추고 있었다. 이는 당시 디바들의 지향점이기도 했으나 '음악'에 귀기울여달라는 일종의 호소 같기도 했다. 현란한 테크닉과 넓은 스케일을 포용하는 능력의 1집부터 3집 때의 곡들을 이 같은 '톤 다운'으로 들려주는 신작 < Cover Me >도 여전하다. 절정의 스킬은 잠시 접어두고 오직 노래만으로 풀어낼 수 있는 다이내믹함을 즐기겠다는 그의 전언쯤으로 해석해두자.

그렇다고 이전의 에너지가 줄어들었다는 얘기는 아니다. 빅밴드 스타일로 편곡한 'You mean everything to me'는 아주 감미로우면서도 파워풀한 힘을 지닌다. 보사노바의 사뿐한 리듬이 듣기 좋은 '편지할께요', 록 기타가 등장하는 새로운 편곡의 'P.S I love you'를 들어본다면 그의 이번 지향은 확실하다. 알앤비로 상정되는 3단 꺾기와 애드리브를 최대한 절제하며 편곡과 그 변화된 리듬에서 나오는 새로운 분위기를 노래 하나로 맘껏 구사한다.

데뷔 당시 '여자 김조한'이라 불리며 알앤비 붐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하더라도, 분명 이것만으론 '디바'라는 호칭까지 획득하며 롱런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이후의 신진 알앤비 가수들이 그에 비해 음역대가 자유스럽지 않다거나 보컬 스킬이 부족했던 건 아니었다. 그런 가수들과 분리선을 칠 수 있었던 건 바로 노래를 절정으로 끌어올리는 '다이내믹함', 목소리 자체의 음색을 달리하며 전혀 새로운 분위기로 리드할 수 있는 능력이었던 것. 이것이 '폭발적'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기엔 조금 여린 음색도 커버할 아주 훌륭한 무기였다.

그의 장점이 혹 높은 음을 내는 가창이라든지, 찬란한 기교라고 생각해왔던 사람들을 비웃기라도 하듯 노래 자체에서 주는 감정의 고저를 모두 표현해 낸다. 이점이 변함없이 팬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할 그만의 스타일인 것이다. 2집 수록곡이면서 '하림'이 작곡한 '몽중인'은 정통 발라드로 표현했는데 원래의 편곡, 즉 스트링을 포함한 온갖 악기들이 절정으로 이끄는 표현 없이도 목소리 하나로 원곡 못지않은 긴장감을 표현한다.

유일한 팝 리메이크 'Vincent'로 마무리하는 < Cover Me >는 그저 '다시 부르기'에 급급한 커버 작이 아닌 완전한 새로움을 탄생시킨다. 데뷔 12년을 정리하며 숨을 한 번 고른 신작에서 단지 '가수'가 아닌 '뮤지션'으로서 잘 조율된 프로듀싱을 지휘한 것도 고무적이다. 어떠한 편곡도 압도하는 그의 타고난 감각으로 비로소 '리메이크 작'이라는 설득력을 갖추었다.

-수록곡-
1. You mean everything to me (작사: 윤종신 / 작곡: 하림) [추천]
2. Everything Everything! (Reprise)
3. 편지할께요 (노영심 / 김형석) [추천]
4. P.S I love you (하해룡 / 김덕윤)
5. 몽중인 (윤종신 / 하림) [추천]
6. 나의 하루 (윤종신)
7. Vincent (Don McLean)
8. 바람에 지는 꽃 (김윤아 / MGR)
9. 그 바보 (원곡: The Gold Within / 윤사라 / Ryoki Matsumoto)
10. The Gold Within (Cosmorama version)

Produced by 박정현
조이슬(esbow@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