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부터 시작된 주도면밀한 월간 윤종신의 2012년 5월호. 표지 모델은 박정현이다. 섬세한 테크닉, 다채로운 선율의 움직임을 잘 포착하는 그와의 콜라보레이션. 동일인물이 맞나 싶다. 바이브레이션은 최대한 삭제했으며 어깨 가득 힘을 빼고 첫 음에도 호흡을 우선으로 싣는다. 이 순간 뇌리를 스치는 건, 분명 그 ‘요정’은 없다.
낯선 땅에 ‘도착’한 여자의 버전은 먼 곳에 뿌리를 내린다. 2001년 하림의 데뷔 앨범 중 호응도가 가장 높았던 발라드 ‘출국’의 답가. 월드뮤직에 일찌감치 귀의한 하림이 주도한 편곡은 옛 샹송을 모티브로 삼았다. 혼탁하면서도 가장 처연한 사운드를 악기에서 드러내 놓는가 싶었더니 버스(verse) 부분부터 월간 시리즈 ‘편집장’의 목소리도 나지막이 침전한다. ‘걸작(傑作)’보다는 CD 위에 등장한 음원 시장에 매달 판을 벌이는 영특하고 민첩한 그의 끈기가 돋보이는 ‘노작(勞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