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색다른 감각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1990년대 ‘윤종신표 발라드’를 과감히 꺼내들었다. 익숙한 목소리에 익숙한 멜로디. 곡의 프로듀싱이 별다른 접착력을 발휘해내지 못하는 가운데, 그의 진솔한 이야기가 마법처럼 듣는 이의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지금껏 이런 감정을 언제, 어디에 꽁꽁 숨겨두었던 것일까. 물론 최근까지도 정준일의 ‘말꼬리’에서의 섬세한 가사를 통해 그가 여전히 이별에 대한 (특히 ‘찌질’한 이별에 대한) 감촉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을 인지시켜 준 바 있지만, 이번에는 타자의 목소리가 아닌 스스로의 소구력으로 이뤄낸 현대의 성취이기에 의미가 남다르다.
‘사랑을 시작할 때 네가 얼마나 예쁜지 모르지’, ‘잘 지내라고 답할 걸 모두 다 내가 잘 사는 줄 아니까’ ‘딱 잊기 좋은 추억 정도니’ 등등 소절 소절마다 이별을 겪은 화자의 예민한 감정곡선을 세밀히 담아내고 있다. 애초에 노래의 근간은 이야기 아닌가. 기본기에 충실한 20년 전통 발라드 국밥집이 온갖 전자 조미료로 치장한 현대의 프랜차이즈 레시피를 이겨낸 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