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요 시장에서 일어나고 있는 작금의 상황은 결코 발라드 가수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전체적으로 레트로(retro)적인 성향이 다분한 댄스 음악의 강세가 경제 침체기를 반영한다는 가설은 일면 타당하게 들리기도 한다. 게다가 사실상 초여름 날씨로 접어든 시기에는 전통적으로 댄스 음악이 강세를 보였다는 사실 또한 발라드 약세를 부채질하는 요소일 것이다. 그렇기에 미니 앨범 <눈물이 뚝뚝>을 발표한 '남성 발라드 가수' 케이윌(K.will)의 선전은 고무적이다.
케이윌에게 '남성 발라드 가수'라는 수식을 붙이는 게 하지만 망설여지는 것이 사실이다. 케이윌의 1집 <왼쪽 가슴>에서 미약하게나마 느낄 수 있었던 그의 R&B 기질이 뇌리에 희미하게 각인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케이윌표' R&B를 이번 앨범에서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박진영, 방시혁, 김세진 등 R&B적 색채에 능숙한 작곡가들의 도움을 받았던 1집에 이어 이번 앨범 역시 해당 분야에서 독자적인 범위를 구축하고 있는 김도훈과 조우했다. 허나 정작 내놓은 결과물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타이틀 곡 '눈물이 뚝뚝'은 세련된 발라드 곡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닌 한계를 지닌다. 적절한 오케스트라 선율과 클라이맥스까지 분위기를 이끌어가며 보컬의 역량으로 방점을 찍는 전형적인 흥행코드 논법을 답습한다.
다이나믹 듀오의 개코가 참여한 '1초에 한 방울'은 어떤가. 개코의 랩 가사와 이별의 순간을 극적인 요소로 세심하게 표현한 가사의 측면은 감성을 자극할 만한 요소가 다분함에도 불구하고, 반복되는 후렴구의 멜로디는 전체적인 곡의 흐름과, 동시에 케이윌의 보이스 특색과 유리되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앨범 발매 이전부터 대중에게 만족할 만한 반응을 얻었던 'Love 119' 역시 아쉬운 마음이 크다. 피처링으로 참여한 엠씨 몽에게 곡의 주도권이 상당 부분 전이된 형국이며, 결국 전체적인 곡 분위기가 엠씨 몽 특유의 러브 송으로 전도되어버렸다.
문제는 결국 케이윌의 정체성과 관련한다. 이는 또 대다수의 남성 발라드 가수의 한계로 동시 적용될 수 있는 문제이다. 한국 가요 시장에서 발라드라는 장르 자체가 상당히 모호한 개념이고, 그 영역 안에서 탈피하여 독자적인 장르적, 아티스트적 독립성을 구축한다는 것 또한 쉬운 일이 아님을 먼저 인정한다.
또한 기형적으로 편중되다시피 한 가요계에서 남성 신인 발라드 가수의 약진은 분명 칭찬할 만한 일이고, 앞으로의 기대를 불러일으키게 한다. 허나 그만큼 천편일률적인 장르적 한계에 의해서 가수의 역량이 제한되는 결과가 생긴다는 것은 그야말로 큰 손해가 아닌가. 이제는 여타의 발라드 가수와 차별화될 만한 특징을 음악적 결과물로 증명해야 할 시기이다. 이에 대한 진정한 고민이 없다면 일회성 발라드의 복제물을 재생산하는 무의미한 결과만 반복될 뿐이다.
-수록곡-
1. The present
2. 1초에 한 방울 Feat. 다이나믹 듀오
3. 눈물이 뚝뚝
4. 소녀, 사랑을 만나다 Feat. 소녀시대 티파니
5. 쇼핑 [추천]
6. Love 119 Feat. MC 몽
7. 눈물이 뚝뚝 Inst.
8. 소녀, 사랑을 만나다 Ins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