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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화
케이윌(K.will)
2017

by 황선업

2017.10.01

정통 발라드라 함은 어쨌든 일정 공식 안에서 승부할 수밖에 없는 장르다. 피아노로 시작된 반주는 현악편곡을 만나 점차 거대해지고, 이를 기반으로 가수는 자신의 하이노트를 중심으로 짜여진 멜로디와 감정과잉에 가까운 표현을 통해 굴곡 있는 드라마를 만들어 낸다. 이것이 일종의 룰인 셈. 결국 이 제작과정에서 무기로 내세울 수 있는 것은 ‘주 선율이 얼마나 좋은가’라는 것이며, 이 곡에 좋은 점수를 주기 힘든 것도 바로 이 점에서 비롯된다.


노래의 흐름은 여타 슬로우 템포와 크게 다르지 않으며, 올해 최대 히트곡인 ‘첫눈처럼 너에게 가겠다’가 순간 떠오르는 ‘~다’체의 가사와 동양적인 음계의 활용이 귀에 들어오지만, 딱 거기까지. 후렴의 임팩트가 약해 힘을 주더라도 좀처럼 절정의 순간을 맞이하지 못한다. 과잉 대신 자연스러움을 강조한 보컬 디렉팅은 긍정적이나, 그것도 메인디시가 받쳐주었을 때 유효한 전략이다. 이쯤 되면 특기를 발라드에서 미디엄 템포로 바꾸는 것도 고려할 만 하다. 원체 뛰어난 보컬리스트이기도 한데다가, 아무래도 이 경직된 양식보다는 좀 더 써먹을 수 있는 무기가 더 많을 테니까.

황선업(sunup.and.down1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