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처연한 가사의 노래를 처음 접하는 순간, 매번 울적해짐을 느낀다. 언젠가의 아니 지금의 나의 모습일수도 다른 누군가의 심정일수도 있을 가사를 담은 가창곡. 정인의 새 노래 ‘장마’는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나 한번쯤은 겪었을 법한 사랑의 열정 후, 그 또는 그녀를 떠나보낸 후 찢어질 듯 비통한 감정을 의외로 담담하게 실어 나르는 곡이다. 후두둑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와 천둥번개소리를 도입부로 음습한 기운을 머금은 곡조는 정인의 독특한 보컬매력과 조화를 이루며 쓸쓸한 고독의 심정을 절묘하게 전한다.
영혼을 울리는 소울창법을 주특기로 가진 정인이지만 이 곡에서만큼은 한 층 편안한 음색의 전달력이 감흥의 출력치를 더욱 상승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빗방울처럼 청초하게 울리는 어쿠스틱 기타와 심금을 울리는 일렉트릭베이스의 묵직한 리듬 반주가 감미로운 신서사이저 배음과 융화되어 가슴을 어루만지듯 감싸고 독특하고도 탁월한 가창력은 체념한 연인처럼 억장이 무너지는 진솔한 가사를 읊조리듯 토로하듯 쏟아낸다. 곡과 가수의 환상적 궁합이라 할 만하다.
가수 정인을 몰랐던 이라도 이 노래만큼은 오랫동안 기억의 빈터에 남지 않을까 싶다. 비 내리는 어두운 밤거리를 홀로 걷거나 창밖을 바라보거나 차를 몰아 갈 때면 무심코 라도 한번쯤은 만나게 될 거 같은 기분이 내내 드는 건 나만의 것이 아닐 것이다. 이 노래는 정인의 두 번째 미니앨범 <멜로디 치료약>(Melody Remedy)에서 싱글로 커트된 타이틀 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