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뮤즈이자 남자친구인 조정치에게 영감을 받아 작사·작곡을 했다고 전해진다. 시의적절한 계절 센스와 ‘매력지수 떨어질 수 있으니까’, ‘삐뚤어질거야’같은 생활밀착형 가사가 위트 있게 녹아든다. 그동안 스케일이 큰 비가(悲歌)에서 크게 매력을 뽐내던 정인이 격정적인 감정과 진한 보컬을 지우고, 현재 자신의 상태와 가장 근접한 쌩얼을 드러냈다. 편곡은 프라이머리가 맡아, 정인의 독특한 개성이 드러나면서도 너무 가볍지 않도록 균형을 맞췄다.
노래 전반을 소프트하고 부담 없이 덜어낸 것은 좋으나, 정인의 랩만큼은 아직 어색하다. 개리의 사사를 받아서 옅은 개리의 잔향만이 남아있을 뿐 곡의 몰입을 방해한다. 이번 EP <가을여자>의 랩은 전문가에 맡기는 편이 곡의 완성도를 위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숙련되지 않은 시도는 전체 진로까지 훼방을 놓는다는 것을, 바로 다음 트랙에 있는 곡 ‘사랑열차’에서 빛나는 전문가. 버벌진트가 증명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