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었지만 내심 존 박의 데뷔에 대하여 호기심과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던 이들, 분명 많았다. 아마도 뭔가 대박이 나올 것이라는 예감에는 김동률이라는 존재가 있었다. 슈퍼스타케이에서 주목을 받은 신성들이 기획사 논리에 포획되어 별반 흥미를 못 끌었던 점에 비해 그는 김동률이라는 작가의 부름을 받았다. 이쯤에서 많은 사람들은 김동률과 존 박의 시너지 효과를 기대했고, 은근히 바랐다.
하지만 정작 앨범에서 존 박 개인은 휘발되어버리고 김동률로 수렴하는 결과를 빚는다. 영화에서는 속편하게 감독의 페르소나라고 명명할 수도 있겠지만, 양자의 음악을 같이 듣는 리스너에게는 클론으로 들릴 여지가 있다. 아메리칸 아이돌의 심사위원이었던 샤니아 트웨인(Shania Twain)이 옷고름을 빙빙 돌리며 어쩔 줄 몰라 하던 저음의 매력을 즐길 틈도 없이 김동률식 창법이 뇌리를 비집고 들어온다. '이게 아닌데'에서 '취중진담'을 떠올리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유영진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자기복제의 경향을 보인 초기 SM표 보컬들만을 탓할 수는 없다.
앨범 내에서 가장 먼저 내세우고 있는 'Falling'만 들은 이들이라면 가성을 전면에 내세운 전략에 당황했을 법도 하다. 마마스 건(Mamas Gun)의 리더 앤디 플랫츠(Andy Platts)가 작곡한 까닭도 있겠지만 브릿 팝적인 요소가 다분해 앨범 전체에서 동떨어져 있는 모습이다. 앞서 말했듯이 앨범은 전반적으로 김동률의 잔영을 머금고 있지만 'Falling'이나 'Good day'같이 그 범주에서 벗어나 있는 곡들은 존 박이라는 캐릭터를 반영하지도 부각시키지도 못하는 어색한 엇박자를 내고 있다.
슈퍼스타케이에서 선배들의 곡들을 자신만의 스타일로 소화시켰던 장면에서 대중은 그의 매력을 느꼈다. 반면에 개인의 이름을 건 앨범에서 존 박의 존재감은 아이러니하게도 뭉개져있다. 의외와 참신이라는 단어는 극도로 유리된 상황에서 눈에 보이는 안정된 코드를 채택한 것이 김동률의 선택이었나.
-수록곡-
1. Falling
2. 왜 그럴까
3. 이게 아닌데
4. Good day
5. 그 노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