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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st!
존박(John Park)
2024

by 한성현

2024.11.21

군더더기 없는 작품이다. 정규 앨범으로는 11년, 지난 EP < Outbox > 이후로는 3년 만에 내놓는 < Psst! >는 그가 잘하는 것에 집중한다. 시도가 부족하다는 말은 아니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거의 전곡의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고 스킷이나 랩 피처링 등으로 구성적 다양화도 꾀했다. ‘Stutter’에서는 댄스를 소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귓속말 전 내는 소리로 칭한 제목처럼, 남모를 개인사를 들려주듯 세밀한 보컬 컨트롤이 중심을 꽉 붙잡고 있어 듣기에 흔들림이 없다.

대부분이 그에게 유리한 영어 가사이니 당연할 수도 있겠다. 재밌게도 타이틀곡 ‘꿈처럼’에서 감행한 나름의 도전이 큰 성취를 올린다. 곽진언이 작사를 맡아 전체를 한국어로 꾸렸음에도 존박의 표현력은 그전에 살짝씩 아쉬움을 남겼던 발음 문제에서 상당히 자유로워졌다. 본인이 단독으로 펜을 잡은 ‘같은 마음 다른 시간’도 그렇다. 참신한 문장이라고 보기엔 어렵지만 함축적인 글귀 선정은 조금 장황하게 다가오는 ‘Bluff’나 ‘Nightcrawler’ 같은 곡보다 감정선을 어루만지는 솜씨가 훨씬 뛰어나다.

여러 프로듀서와의 만남을 반복한 그는 이번 파트너로 크러쉬와의 오랜 협업으로 이름을 알린 홍소진을 선택했다. 느긋한 재즈 사운드 위주의 편곡인 탓에 킬링 트랙을 특정하기는 힘들지만 편안한 가창이 이를 대수롭지 않게 무마한다. 팝의 감성에 끼워 맞추려 했던 나머지 어색함이 맴돌던 < Innerchild >의 단점을 극복하면서 ‘All I want’ 같은 곡에서는 고음까지도 그의 확실한 장점으로 편입했다. 뛰어난 자기 파악의 결과다.

오랜 숙성기간에 대해 존박은 정규작의 형식으로만 담을 수 있는 음악 세계의 폭을 이제야 감당할 수 있게 되었다고 밝혔다. 그의 말처럼 < Psst! >는 들을수록 진한 풍미가 느껴지는 앨범이다. 첫인상이 조금 심심할지라도 본인만이 선보일 수 있는 멋에 초점을 둔 음반의 올곧음은 계속 찾게 되는 맛을 지니고 있다. 그가 그렇게 좋아하던 평양냉면처럼. 물론, 약간의 조미료도 있다.

-수록곡-
1. Bluff
2. Skit (Today’s forecast)
3. Nightcrawler
4. Vista (Feat. 개코 & THAMA) [추천]
5. 꿈처럼 [추천]
6. Stutter (Feat. 스텔라장)
7. All I want [추천]
8. 같은 마음 다른 시간 [추천]
9. Somebody better
10. You were the one
11. Silverline
한성현(hansh9906@naver.com)